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逆) 레포(Repo) 잔고가 2021년 8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밑돌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역레포는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금융사나 머니마켓펀드(MMF)에 일정한 시점이 지난 후 되사는 조건을 걸고 파는 것으로, 시중 유동성 흡수 수단으로 활용된다. 시장은 연준의 정책 결정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으며, 자금시장에는 부담이 우려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현재 MMF 및 적격 금융사로부터 연준 역레포로 유입된 잔고가 9933억 달러라고 전했다. 2년여만에 1조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역대 최고액인 작년 12월 30일의 2조5540억달러에 비하면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 때 경기부양 차원서 공격적으로 채권을 매입했고, 역레포 잔액도 급증했다. 하지만 연준이 지난해부터 공격적 긴축 기조로 돌아서면서 보유 채권 매각에 나섰다. 연준은 매달 만기를 앞둔 채권을 1000억달러 미만 규모로만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보유채권 규모를 줄였고, 올해에만 1조 달러 넘게 감소했다. 금융사들이 더 나은 수익률로 민간 증권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역레포 수요도 줄어든 상태이며, 미 국채 공급 확대는 역레포 수요 감소를 부채질했다. 현재 역레포 금리는 기준금리인 5.25~5.50% 사이인 5.3%다.
스티븐 정 도이체방크 투자전략가는 “대단한 숫자”라며 “딜러들이 새 채권을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은 연준이 내년 말까지 역레포 잔고를 줄이는 작업을 계속해서 7000억달러까지 줄일 것으로 전망한다.
로이터통신은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줄어든 역레포 거래가 연준의 정책 결정에 추가적인 영향이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며 “연준이 보유채권을 계속 매도할 여지가 어느 정도나 남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준 관리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