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관련한 인구 공학적인 해석이 흥미롭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던 해 유대인은 이 나라 전체 인구의 82%였다. 하지만 2021년 유대인 인구 비중은 74%로 떨어졌다. 해외로부터의 이주가 줄어드는 가운데 출산율도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유대인이 2.67인데 반해 무슬림들은 4.57이나 됐다. 유대인보다 아랍 무슬림이 아이를 거의 두 명이나 더 낳는다는 것이다.
많은 매체들은 아랍인들이 버티기만 한다면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에서 다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의 유대인이 극단주의로 기울게 된 이유다. 이런 인구 문제가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공세의 전부를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큰 이유가 될 수 있.
최근 번역된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8 billion and Counting)는 최근 80억명을 넘어선 인류 사회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고 본다. 단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만은 아니다. 인구 증가와 함께 이제는 빈국과 부국, 각 지역에 따라 인구 차별화 문제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군사 전략, 경제 성장, 외교 정책, 보건 의료 등 모든 논의의 출발점을 인구에 두고, 인구를 통해 세계를 압박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관점을 제공하려고 한다.
근대 이전의 인구는 다소 정체돼 있었다. 세계 인구는 1804년에야 10억 명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120여년이 지난 1927년에 두 배인 20억 명이 됐다. 20세기부터는 속도가 빨라졌다. 40여년이 지난 1974년 다시 두 배인 40억 명이 됐고 결국 2022년 80억 명을 돌파했다.
전반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21세기에는 인류 역사상 전례 없던 일도 생기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인구 증가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다. 일본은 2011년부터 인구가 줄곧 줄어들고 있고 한국도 2020년 감소가 시작됐다. 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는 특히 빠르다. 인구 대국인 중국도 2022년 인구가 감소했다.
저자는 인구 역학의 변화로 이들 선진 국가들이 저성장과 안보 위협, 고령화의 3중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한다. 인구 감소가 소비 감소로 이어져 기후변화 부담을 약화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당연히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
저자에 따르면 인구의 변화는 출산, 죽음, 이주라는 3가지가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면서 이뤄진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경제개발과 정치적 충돌을 이해하려면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보다 ‘그들이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에 주목해야 한다. 즉 인구의 증감이 어디서 집중적으로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러한 인구 변동의 특성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저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은 향후 더 격화될 수 있다고 본다. 인구가 여전히 급증하고 있는 인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미래가 더 불안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과 중국, 일본, 북한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인구증가 국가에서 감소국가로의 대규모 인구 이동은 새로운 불안거리가 되기도 한다.
책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이례적으로 높다. 저자는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충격적’이라고 표현하고 ‘1’미만인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놀라울 정도’로 낮다고 말한다. 남녀 간 임금 격차가 가장 높은 한국에서 여성들이 출산을 늦추는 이유는 결국 경제적인 불안에 대한 우려라면서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다. 2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