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가맹택시에 대한 ‘콜 차단’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절차를 밟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부분에 대해 시정 조치를 마련할 테니 제재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에 대한 콜 차단이 있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이란 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UT(우티)와 타다 등 경쟁사 가맹택시에 대한 배차를 막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카카오T 서비스에 가입한 택시가 UT와 타다 등 다른 택시 플랫폼과 가맹 계약을 맺으면 배차 콜을 끊거나 의도적으로 방해한 혐의다. 공정위는 택시 호출 앱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진입 제한 또는 경쟁 사업자 배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에 심사 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하며 제재 절차가 본격 시작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동의의결을 신청하며 제안한 시정 조치 방안이 피해 구제 등에 적절한 수준인지 검토하게 된다. 이후 전원회의를 통해 동의의결 개시 여부를 확정한다. 이 절차까지 약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신청 인용땐 사건종결
카카오 "법 위반 인정은 아냐"
'공방보다 조기매듭이 이득' 판단
택시단체와 플랫폼 개편 논의도
동의의결 신청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 가맹택시에 대한 배차를 막았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사업구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터라 동의의결을 통해 최종적으로 위법성을 확인받지 않는 편이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1일 “카카오의 택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공개 비판하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사업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고 카카오T 앱을 다른 택시 호출 앱에 개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3일에는 택시 단체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카카오T 플랫폼 운영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동의의결 신청이 윤 대통령의 공개 비판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업계 1위 사업자로서 법적 판단을 다투기보다는 사건을 조기에 매듭 짓고 독과점 논란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윤 대통령의 비판이 있기 전인) 지난달 중순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의의결 신청이 곧 법 위반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몰아주기’ 행위로 제재를 받은 것과 관련한 행정소송은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올 2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기사들에게 승객 호출을 몰아주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과징금 257억 원과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의 이러한 결정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과징금 부과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시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8월 “시정명령으로 인해 카카오모빌리티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