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술보다 치명적" B형간염, 건보 기준만 바꿔도 年 3000명 간암 예방 [헬시타임]

임영석·최원묵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

만성 B형간염 환자 9709명 간암 발생 위험 분석

조기치료로 간암 예방…사회적 비용 감소 효과

B형간염과 C형간염은 간암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미지투데이B형간염과 C형간염은 간암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미지투데이




간암은 폐암에 이어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암이다. 흔히 과음이 간건강에 치명적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 국내 간암 발생 원인의 70%는 만성 B형간염이다. B형간염 바이러스는 만성 간염을 일으켜 간세포를 서서히 손상시키고 간경변증·간암 등의 합병증을 유발한다. 다행히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감염률이 낮아지는 추세지만 간수치가 크게 상승했을 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제한돼 있어 국내 환자의 약 18%만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간수치 대신 바이러스 수치에 근거해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하면 간암 발생을 한해 3000명 가량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왼쪽)·최원묵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왼쪽)·최원묵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10일 임영석·최원묵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만성 B형간염 성인 환자 9709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간수치가 아닌 혈액 내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근거해 치료를 시작해야 간암 발생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혈액 내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100만 단위에서 멀어질수록, 즉 100만 단위보다 높거나 낮아질수록 간암 발생 위험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며 이 같은 관계가 간염 치료 중에도 유지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경희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5개 대학병원에서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한 성인 환자 4693명을 평균 7.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193명에서 간암이 발생했다. 간염 치료를 받지 않은 5016명은 같은 기간 322명에게서 간암이 생겼다. 간염 치료로 간암 발생 위험을 50%가량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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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B형간염에서 바이러스 수치와 간암 발생의 관계.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만성 B형간염에서 바이러스 수치와 간암 발생의 관계.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mL 당 100만 단위인 경우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간암 발생 위험은 혈액 내 간암 바이러스 수치 100만 단위를 기준으로 달라졌다. 바이러스 수치가 1만 단위 미만으로 매우 적거나 1억 단위 이상으로 매우 많은 환자들은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바이러스 수치가 100만 단위일 때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은 1억 단위 이상에서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이 최대 6.1배나 높았다.

이전까지 학계에서는 바이러스 수치에 비례해 간암 발생 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하지만 간염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바이러스 수치와 간암 발생 위험 간 연관성이 없다고 여겨왔다. 현재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바이러스 수치가 최소 2000 단위 이상이면서 간수치(AST 또는 ALT)가 정상 상한치의 2배(80 IU/L) 이상이어야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고 명시된 것도 그런 이유다.

반면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수치가 1억 단위 이상까지 치솟거나 1만 단위 미만까지 떨어졌을 때 간염 치료를 개시하는 것이 간암 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특히 간수치가 정상이라도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간염 치료를 일찍 시작한다면 간암 발생자 숫자를 최대 6분의 1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시해 의의가 크다. 향후 국내외 B형간염 치료지침은 물론 혈중 바이러스 수치가 아무리 높아도 간수치가 정상이면 치료를 시작할 수 없도록 제한해 놓은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임 교수는 “매년 국내에서 약 1만 2000명의 간암 환자가 새롭게 진단된다”며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2000 IU/mL 이상인 성인 환자는 간수치와 상관없이 간염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정하면 1년에 약 3000명, 향후 15년간 약 4만여 명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암 환자는 대부분 중년 남성이라 심각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가정 위기를 초래한다”며 “B형간염 치료의 기준을 간염 바이러스 수치로 단순화하고 치료 시기를 앞당기면 간암 발생을 예방함으로써 사회적인 비용 부담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점도 이미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분야 권위있는 국제학술지 ‘거트(GUT)’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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