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크로 계약(지급위탁계약)이란 돈 줄 사람과 돈 받을 사람이 서로 믿지 못할 수 있으니, 금융기관이나 변호사 등 에스크로 기관을 지정해 돈을 맡기고 상호 합의한 조건 하에 돈을 내주는 계약을 말한다.
미국 드라마를 보면 주택 매매 시에 매수인이 변호사를 통해서 매매대금을 에스크로 했다는 대사를 종종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영미권에서는 부동산매매계약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국내에서도 최근 기업 및 개인간 투자약정에서 에스크로 계약의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에스크로 계약에 관한 사고와 분쟁도 늘고 있는데, 대표적인 에스크로 분쟁사례를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사례는, 투자자로부터 받은 에스크로 대금을 받아 보관중이던 변호사(A변호사)가 인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 일방의 요청만을 받고 함부로 인출해준 사고가 발생해 변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안타까운 것은 A변호사의 바로 옆방을 쓰는 연수원 동기인 B변호사가 에스크로 보증인으로 날인을 해 연대책임을 부담하게 된 것. 당시 법정에 선 B변호사가 “여력이 안되니 최대한 선처해 달라”고 고개를 떨구며 눈시울이 촉촉해진 모습이 10여년이 지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두 번째는 에스크로기관인 대형 법무법인에서 인출조건 충족 여부에 대해 다툼이 발생하자 이를 어느 일방에게도 인출해 주지 않고 법원에 공탁한 경우인데,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자신에게 대금을 신속하게 인출해주지 않아 거액이 장기간 묶이게 되는 손해가 발생했다며 에스크로 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즉,법원 공탁금에 대한 예금 이자는 연간 약 0.1% 수준에 불과해 일반 예금금리와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해당 기업은 공탁금과 예금 이자의 차액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에스크로를 맡은 변호사가 해석상 착오로 자금을 내준 것이 아니라 대담하게도 에스크로 대금을 일방 당사자와 함께 나눠 쓴 사례이다. 최근에는 회사의 경영자가 회사 자금을 외부로 유출하는 방편으로서 M&A 실사 보증금 명목으로 친분이 있는 에스크로 법인 측에 예치시킨 후에, M&A가 중단되는 외관을 만들어 실사보증금을 고의적으로 몰취하도록 하고 사후에 되돌려 받는 수법 등의 자금 유용 등이 강하게 의심되는 사례 등이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투자자는 사전에 에스크로 계약의 세부 내용과 조건에 대해 전문가에게 꼼꼼하게 법적 자문을 구하고, 에스크로 기관을 선택 시 전문성과 공정성은 물론 사고 발생 시의 변제 능력까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