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SK온 이어 LG엔솔까지…전기차 부진에 배터리 공장 '속도조절'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영향

LG엔솔·포드·코치 MOU 철회

SK온도 2026년 이후로 연기

"K배터리 내실 다질 기회" 전망

4분기·내년 일시적 침체 불가피

"내실 다지는 기회로 활용"

서울 시내 대형 쇼핑몰의 전기차 충전소가 충전 중인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서울 시내 대형 쇼핑몰의 전기차 충전소가 충전 중인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급성장하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자 배터리 업계도 신규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하는 등 전략 수정에 돌입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올 4분기와 내년에는 일시적인 업황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배터리 업계는 내실을 다지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미국 포드, 튀르키예 코치그룹은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 위해 체결한 업무협약(MOU)을 해지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함에 따라 합작공장 설립에 부담이 커지면서다. 3사는 “현재 소비자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고려했을 때 튀르키예에 건설 예정이던 배터리 생산 시설에 투자를 지속하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에 상호 동의했다”고 프로젝트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작공장 대신 기존 시설에서 포드에 들어갈 상용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예정이다.





완성차 업계는 연이어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낮추고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폭풍이 몰아치는 경제 조건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 있다”며 전기차 수요가 부진하다고 인정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중반부터 내년 중반까지 2년간 전기차 40만 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폐기했고 포드도 애초 계획한 전기차 투자액 중 120억 달러(약 16조 2600억 원)를 줄였다. SK온과 설립을 추진 중인 미국 켄터키주 배터리 합작2공장 가동 계획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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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전방 수요 부진으로 배터리 제조사의 성장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 둔화, 미국 제조사의 전동화 계획 연기 등으로 배터리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향후 5년간 연평균 배터리 수요 증가율은 27%로 과거의 고성장과 크게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율은 2021년 100%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68%로 성장세가 꺾였다. 올해 증가율은 45%까지 낮아졌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올 4분기와 내년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겠지만 성장 전략을 고민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단기적인 업황 둔화는 전기차 시장이 성숙해지기까지 겪어야 할 성장통인 만큼 숨을 고르며 내실을 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포드·코치와의 MOU 철회가 LG에너지솔루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이 둔화한 상황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신규 공장 건설보다 기존 공장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단독 공장에서 생산하면 수익의 100%를 LG에너지솔루션이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1일 배터리 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급히 성장하며 간과한 점들을 다지다 보면 배터리가 한번 더 도약할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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