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르포] 140대 로봇이 20분내 출고 "亞 물류기지"

◆CJ대한통운 인천GDC 가보니

글로벌 e커머스사 제품 맡아 운송

하루 처리물량 최대 3만 상자로

재고 재배치 등 운반 시간 최소화

우수기술력에 해외서 잇단 러브콜

CJ대한통운이 시험중인 ‘오토스토어’가 가동되는 모습. 사진=황동건 기자CJ대한통운이 시험중인 ‘오토스토어’가 가동되는 모습. 사진=황동건 기자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하얀 격자 위에서 바퀴 달린 붉은 로봇이 직각으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작업자에게 바구니를 날랐다. 그 안에는 소비자가 주문한 미국 건강기능식품 플랫폼 ‘아이허브’의 제품이 가득 담겼다. CJ대한통운이 내달 본격 운영을 목표로 첨단 자동화시스템 '오토스토어'를 시험하는 현장의 모습이다.






지난 8일 찾은 CJ대한통운 인천 대륙별거점물류센터(GDC)는 해외 e커머스사의 제품을 맡아 각국으로 보내는 시설이다. 아시아 최대 수준인 연면적 2만㎡(6117평) 규모에 500만 개 이상의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최근에는 오토스토어 구축을 위해 센터 내 6264㎡(1895평) 크기의 공간도 늘렸다.

오토스토어 140대 로봇이 처리할 수 있는 양은 하루 1만 박스다. 제대로 가동되면 인천 GDC의 하루 최대 처리량은 3만 박스로 늘어난다. 작업자의 주문 확인, 로봇의 제품 운반, 자동 포장 및 분류, 항공 택배 배송 준비까지 전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채 20분이 되지 않았다.



아이허브의 건기식은 이 시설에서 보세(保稅)상태로 보관되다 항공편을 통해 일본·싱가포르·호주·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각국으로 운송된다. 현장에서 이경진 CJ대한통운 운영팀장은 “글로벌 플랫폼사의 물류창고를 그대로 옮겨놓은 셈”이라며 “GDC는 세계 각지의 물류를 빠르게 보내는 일종의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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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스캐너가 박스 안 빈공간을 자동으로 계산하도록 해 포장 작업을 효율화했다. 사진=황동건 기자레이저 스캐너가 박스 안 빈공간을 자동으로 계산하도록 해 포장 작업을 효율화했다. 사진=황동건 기자


작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현장 곳곳에 녹아들었다. 오토스토어의 피킹 로봇은 돌아다니며 보관된 물건을 옮기기도 했다. 스스로 재고를 재배치한다는 의미다. 출고 빈도가 높은 제품을 상단으로 옮겨 운반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보관 효율성이 4배, 출고 처리 능력은 2.8배로 늘었다.

아래층의 작업 공간에선 가만히 서 있는 근무자 앞으로 주문 정보가 담긴 박스가 자동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이 체계인 QPS(Quick Picking System)는 작업 부담을 낮추고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냈다. 이 밖에도 패키징·라벨링·검수 등 전 과정에서 자동화가 단단하게 자리잡았다. 오포장률은 2019년 개소 이래 현재까지 ‘제로’ 수준이다.

박스를 접어주는 ‘자동제함기’도 작업 인력의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사진=황동건 기자박스를 접어주는 ‘자동제함기’도 작업 인력의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사진=황동건 기자


글로벌 e커머스기업들은 이 같은 대륙별거점물류센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해외 직구 수요가 늘자 배송 시간과 비용을 단축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핵심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공항 인근은 아직까지도 빈 부지가 많아 경쟁 입지인 싱가포르나 홍콩 대비 시설 면적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해외배송 수요가 높은 중국과 일본 가운데 위치해 지리상 이점도 크다.

GDC사업의 확대는 전체 글로벌 전자상거래(CBE) 물류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 분야 전문 조사기관 트랜스포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세계 CBE시장은 지난해 100조 원 규모로 집계됐다. 연평균 12.9% 성장해 2026년에는 178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2026년이 되면 국내 시장도 1.3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물류 업체들은 CBE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사활을 걸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사우디에도 시설을 갖춰 중동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한진도 지난 2020년 인천공항 인근에 GDC를 개장했다. 올 들어서는 중국발 e커머스 물량을 신규 유치하며 처리량을 늘렸다.

성패는 신규 고객 수주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기술 확보도 힘들지만 고객사를 구하기는 더 어려워서다. 회사 관계자는 "여러 고객사 물건을 들여놔도 문제가 없도록 시스템이 구축돼있다"며 "확정되지 않았지만 GDC를 두고 싶어하는 글로벌 업체들의 문의가 이어져 계속 협의중"이라며 향후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인천=황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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