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69시간 논란' 설문결과 "유연화 동의하지만 임금·휴식 보장부터"

고용부, '근로시간 개편' 대국민 설문결과 발표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동의가 비동의 웃돌아

"임금보장·쉴 수 있는 장치 마련 우선 고려돼야"

고용부 "결과 수용…현행 주52시간제 틀 유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최대 69시간' 논란이 불거졌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고용노동부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가 13일 발표됐다. 개편안의 핵심인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비율이 더 높았으나 ‘임금 보장’과 ‘확실하게 쉴 수 있는 제도 마련’부터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고용부는 이러한 국민 의견을 전폭 수용, 현행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되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서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이날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3월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수정·보완하기 위해 실시됐다. 개편안의 골자는 1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유연화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 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장시간 근로’ 논란이 일었다.

설문은 지난 6월~8월 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 등 총 60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은 방문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근로시간 전반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고 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 정책 수요조사와 국민 인식조사로 구분해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현행 주 52시간제와 같이 주당 12시간의 연장근로 총량은 유지하되 1주 단위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노사와 국민 모두 동의 비율이 비동의 비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특히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를 일부 업종·직종에만 적용하자는 방안에 대해서는 동의 비율이 비동의 비율보다 더 큰 폭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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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연장근로 관리단위 개편이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업종의 경우 제조업과 건설업, 직종의 경우 설치·정비·생산직, 보건·의료직, 연구·공학 기술직에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노사 모두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노사와 국민 모두 실제 일한 만큼 확실한 임금보장'과 ‘평소보다 더 일했을 경우 확실하게 쉴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나란히 꼽혔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유연화 하는 데는 공감하지만 장시간 근로와 건강권 보장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시 근로자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과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이 가장 많이 꼽혔다.

아울러 현행 주52시간제가 상당 부분 정착되기는 했으나 다양한 업종·직종별 수요를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주52시간제에 대해 국민의 48.2%는 ‘장시간 근로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답한 반면, 54.9%는 ‘업종·직종별 다양한 수요 반영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주52시간제로 인해 실제 어려움을 경험한 기업들에게 대응방식을 묻는 설문에 기업들은 포괄임금 활용(39.9%), 추가인력 채용(36.6%). 수주포기(30.6%), 법·규정 무시(17.3%) 순으로 답했다.

고용부는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 현행 주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업종·직종을 대상으로는 노사와 함께 보완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또한 개편 대상 업종·직종에 대해서는 장시간 근로와 건강권 문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일한 만큼 확실히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 역시 수립할 계획이다.

이 차관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인 만큼 경영단체는 물론 노동단체도 대화에 참여해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필요한 업종·직종 선정 등을 위한 실증 데이터 분석과 추가적인 실태조사에 조속히 착수해 노사정 대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근로시간 개편' 대국민 설문결과. 사진 제공=고용노동부고용노동부 '근로시간 개편' 대국민 설문결과. 사진 제공=고용노동부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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