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경제, 재정적자 부메랑…中도 日도 국채발행 눈덩이

■'3% 금단의 벽' 깨진 中

GDP내 재정적자 비율 3→3.8% 상향

역대 정권서 '상한'으로 억제해온 3%

1조 위안 규모 대규모 국채 발행 부담↑

■'암묵적 상한 30조엔대' 뚫은 日

신규국채 발행액 4년 연속 40조엔 초과

주요 정권 비상사태 제외 30조엔대 유지

저금리 국채로 세수 메우기 당연시 만연


재정 악화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커진 가운데 세계경제에서 영향력이 큰 중국과 일본에서도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일본 모두 경제 부양을 이유로 대규모 국채 발행을 이어가며 부담을 키우고 있다.




中 1조 위안 규모 국채 추가 발행
재정적자비율 3% 깨고 3.8%로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지난달 24일 국가 재정적자 규모를 종전 국내총생산(GDP) 대비 3.0%에서 3.8%로 확대하고 올 4분기 중 1조 위안 규모의 국채를 추가 발행하기로 하자 중국 내부에서는 ‘금단의 벽이 깨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GDP 내 재정적자 비율이 3.8%로 상향된 것이 그동안 공산당에서 강조해 온 ‘3% 이내 억제’와는 결이 다른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GDP 내 재정적자 비율은 2008년 1% 미만이었으나 리먼 위기를 거친 뒤 2009년 3%까지 올랐다. 방만 재정을 우려하던 중국 정부는 2010년 재정보고서에 적자율을 3% 이내로 억제한다는 내용을 명기하는 한편 최근까지도 3% 목표를 고수해 왔다. 시진핑 정권에서도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3.7%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목표를 지켜왔기에 이번 수치 상향은 중국 경제가 당면한 침체 위기가 그만큼 엄중함을 시사한다. 부동산 개발 업체 디폴트 위기와 수출 감소, 소비 위축 등의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긴급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이다. 재정적자 비율을 올리게 만든 ‘1조 위안의 추가 국채 발행’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중국에서는 통상 3월 전인대에서 국가 재정 규모를 정하면 수정하는 사례가 드물다. 특히 시진핑 정권은 과거 후진타오 정부 시절이던 2008년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4조 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실시, 중국의 채무 심화를 초래한 것을 두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비판해왔기에 이번 결정에는 여러모로 ‘금기를 깨는’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의 한 야외 쇼핑몰을 찾은 고객들이 패션 가방 매장을 지나가고 있다./AP연합뉴스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의 한 야외 쇼핑몰을 찾은 고객들이 패션 가방 매장을 지나가고 있다./AP연합뉴스


방만 재정·인플레 ‘정권 교체 변수’
경험으로 공산당서 건전재정 강조



중국 정부가 ‘3%’를 목표로 건전재정을 강조해 온 것은 인플레이션이 정권 교체의 위험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몸소 확인한 ‘경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940년대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이 국민당에 승리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로는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첫 주한미국대사를 지내고 중국의 공산화를 지켜본 존 J 무초가 국무부에 보낸 보고서에서 “국민당 정부의 붕괴에는 군사적 무능보다 인플레이션 문제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닛케이는 1989년 천안문 사건 역시 연율 2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이 학생들의 불만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개하며 “공산당 스스로 인플레이션으로 정권을 잃을 뻔한 과거가 있기에 역대 정권이 3%를 중시하며 건전재정을 강조해 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관련기사





日 추경안 상당금액 국채발행서
2023 회계연도 규모만 44조엔


나라 곳간에 위험 신호가 켜진 것은 이웃 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최근 13조 1992억 엔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각의 결정했다. 11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추경 예산 중 8조 8750억 엔을 국채로 조달할 계획으로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면 2023회계연도 세출 총액은 127조 5804억 엔으로 늘어나고 신규 국채 발행액도 44조 4980억 엔으로 증가해 4년 연속 40조 엔 초과를 기록하게 된다. 2000년 이후 연도별 신규 국채 발행이 결산 기준 20조~30조 엔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발행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세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2023 회계연도 추경안에는 내년 6월 시작되는 소득·주민세 정액감세와 저소득층 급부금 지급 분은 포함되지 않았다./로이터 연합뉴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세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2023 회계연도 추경안에는 내년 6월 시작되는 소득·주민세 정액감세와 저소득층 급부금 지급 분은 포함되지 않았다./로이터 연합뉴스


적극 재정 아베 내각도 30조엔대 유지
9월기준 보통국채 잔액 1027조 ‘최대’


일본 주요 정권에서는 무분별한 국채 발행을 견제하며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30조 엔대’를 암묵적인 상한선처럼 여겨 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2001년 취임 당시 ‘국채 발행액을 30조 엔 이하로 억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임기 중 최대 35조 엔대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적극 재정을 내걸었던 2차 아베 신조 정권도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4~2019년까지는 세수 성장에 힘입어 신규 국채 발행액을 30조 엔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 세출이 증가하는 데다 세수를 국채 발행으로 메우는 상황이 이어지고 2008년 리먼 쇼크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20년 코로나19 등 돌발 변수가 등장하면서 발행 규모 역시 더욱 커졌다. 다케로 도이 게이오대 교수는 “금리가 낮다는 인식 속에 경제 대책으로 재정 확대가 당연하다는 정치인이 늘어 국채 발행에 대한 저항감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불어난 국채가 금리 상승 시 이자 부담 증가라는 ‘빚’으로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일본 재무부가 발표한 올 9월 세수로 갚아야 할 보통 국채 발행 잔액은 1027조 4129억 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송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