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중진·친윤계를 향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활동을 ‘조기 종료’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혁신위가 ‘희생’을 공식 권고한지 열흘이 지났지만 당사자들이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초강수 카드로 압박을 가한 것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위 대변인 김경진 위원은 전일 언론 공지를 통해 “혁신위 발족 초기에 혁신위가 별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굳이 임기를 채울 필요 없이 ‘조기종료 하자’는 대화가 오고 갔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혁신위 역할이 의미가 없고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는 가정적 고려하의 이야기”라며 “현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합의되거나 논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의 ‘조기 해산 검토’ 발언은 혁신위의 제안이 수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왔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 3일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제안에 긍정 반응을 내놓은 의원은 초선의 이용 의원 단 한 명 뿐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고 ‘불출마 결단은 시기상조’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윤핵관으로 상징성이 큰 장제원 의원도 ‘용퇴론’에 불쾌감을 직접 드러냈다. 장 의원은 이달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15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리를 탐하지 말고 업적을 탐하라고 했던 아버지 말씀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며 “여러분과 우리가 꿈꿔왔던 사상 발전의 꿈을 완성하는 그 업적 하나로 난 족하다”고 말했다. 여원산악회는 장 의원의 외곽조직으로, 지난 11일 행사에는 4200명이 운집했다. 자신의 지지자 앞에서 본인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사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혁신위가 ‘조기 해산’ 카드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중진 및 윤핵관 의원들이 느끼는 정치적 압박의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 내에서는 김 대표의 거취 의사 표명이 향후 ‘용퇴론’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