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기업들 속 타들어가는데…미래차·AI법 줄줄이 표류

■여야 경제활성화 입법 뒷전

일몰된 기촉법도 재입법 하세월

정쟁에 밀려 첨단산업 육성 말뿐

"경제엔 여야 없이 협력해야" 지적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대중의 주목을 끌 수 있는 포퓰리즘 행보를 가속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영역에 있는 경제 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미래차 특별법’ ‘인공지능 기본법’ 등의 처리가 미뤄지는가 하면 일몰을 맞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대한 재입법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거대 야당의 잇따른 입법 강행과 탄핵 추진 등에 따른 여야 충돌로 경제 법안들의 연내 처리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와 기업을 살리겠다던 여야의 공언이 공염불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기업인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당초 이달 9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열린 법사위에서 심사할 예정이었지만 여야가 광주과학기술원법 개정안을 두고 충돌하면서 법안들의 상정 자체가 무산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광주과학기술원에 고등학교 과정 이하의 과학영재학교를 두도록 하는 내용의 광주과학기술원법을 상정하지 않는 것은 ‘호남 홀대’라고 주장하며 보이콧을 통보하면서 회의는 파행했다.

관련기사



이 때문에 여야가 합의로 올 8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통과시킨 미래차 특별법은 법사위에 발이 묶인 처지가 됐다. 미래차 특별법은 전기자동차나 수소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 육성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법안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을 미래차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특화 단지 지정 근거를 규정하고 전문 기술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R&D)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정부와 국회 모두 법안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여야의 정쟁에 미래차 특별법이 볼모로 잡히면서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육성과 지원을 위한 법안들의 국회 논의도 정체됐다.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은 올 2월 소관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7개월째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소위 가결 이후 ‘챗GPT’ 등 초거대AI 서비스가 본격화하는 등의 달라진 상황에 따라 법안 수정을 주장하지만 여당은 법안 발목 잡기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여객·화물운송 서비스를 다수의 시·도에 걸쳐 활성화하기 위한 ‘자율주행차 상용화 촉진법’ 개정안도 올해 5월 법사위에 회부된 후 기약 없이 논의가 미뤄진 상태다.

특히 여야가 대립하는 사이 지난달 15일 기촉법이 일몰되며 기업들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중고’와 씨름하고 있다. 기촉법은 기업 구조조정 수단인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법안이다. 법안의 일몰 탓에 대유위니아그룹 사태 등 한계기업의 연쇄 부도 가능성이 제기됐음에도 법정관리에 비해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는 워크아웃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최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기촉법을 빨리 처리하겠다”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지만 여야 갈등이 커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이 밖에 중견·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상속세 과세 체계’ 개편도 야당의 반발로 협상 테이블에조차 올리기 어려운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진영을 떠나 신속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뒷북치는 정책이 될 경우 그 효과는 굉장히 떨어진다”며 “경제문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예나 기자·이진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