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보다 자금 시장의 한파가 매서운 한 해다. 시행사와 건설사 등 민간 업체들은 늘어난 금융비용과 공사비, 그리고 미분양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시장의 한파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의 ‘그림자 규제’다.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건축 심의,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인허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숙제인데 예측 불허의 그림자 규제는 민간 업체들이 인력으로 풀기 힘든 난제 중 난제다.
2020년 시작한 김포테크노밸리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살펴보자. 사업비만 3300억 원인 대규모 복합 개발 사업으로 김포도시관리공사가 50.1%를, 나머지는 민간사업자 세 곳이 나눠 참여했다.
그러나 2022년 김병수 김포시장이 취임하면서 전 시장 시절 선임됐던 김동석 전 김포도시관리공사 사장과 마찰이 불거졌다. 결국 토지이용 계획을 바꾸는 과정에서 김포시의 인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사업은 1년 넘게 표류했다. 김포도시관리공사는 올 9월 국토교통부의 민관 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에 김포시와 중재를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갈등은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김 시장이 선임한 이형록 신임 김포도시관리공사 사장이 10월 취임한 후 토지 용도 변경 절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산업입지 심의를 거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지 변경을 협의하고 있다.
4조 원대 초대형 개발 사업인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 공장 부지 사업도 지자체장의 몽니에 발목이 잡혔다. 사업 주체인 인창개발이 지난해 9월 건축협정 인가를 승인받았으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올 2월 이를 돌연 취소한 것이다. 당시 강서구청에서는 담당자 전결 처리와 소방 관련 협의 등을 문제로 내세웠으나 사실은 기부채납 규모가 구청장의 성에 차지 않았다는 뒷얘기가 나온다. 이후 5월 김 전 구청장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구청장직을 상실하며 사업이 다시 재개됐다. 4개월간 사업이 지연되면서 시행사는 약 300억 원에 가까운 이자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시간이 곧 ‘돈’인 시대다. 요즘 시장에서는 연 20%가 넘는 고금리 브리지론도 부지기수다. 건설 업계는 이미 치솟은 공사비와 금융비용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허덕이고 있다. 지자체가 몽니를 부리기에는 하루하루 너무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 민관이 힘을 합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