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獨, 기업용 전기료 97% 감면…日은 반도체 입지규제도 풀어

[거꾸로 가는 한국]

◆ 세계 각국 전방위 기업 지원

日 제조업 부흥 등에 17조엔 투입

전략산업 장기 세제혜택 제공도

印 신설공장 법인세 15%로 인하

반도체 공장 건립비용 70% 지원

대만, 칩스법으로 첨단산업 육성





전 세계적인 고금리·고물가·고유가의 ‘3고(高) 현상’ 장기화로 내년 경기 침체 그림자가 짙어지자 세계 각국이 자국 기업을 살리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증세를 추진하던 일본은 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세제 혜택을 마련했고 독일은 제조업 전기요금을 사실상 면세하는 조치까지 단행했다. 일찍이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선 미국과 중국은 전략 산업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한 탄소국경세 시범 시행에 이어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잠정 타결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중국의 성장률 둔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불안 요인에 세계 경제성장률이 3% 아래로 떨어지는 등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기업 지원을 통한 경기 부양이 각국의 화두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EU, 원자재법 잠정 타결=EU는 13일(현지 시간) 배터리 등 핵심 원자재의 제3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핵심원자재법(CRMA)이 이사회·유럽의회·집행위원회 간 3자 협상에서 타결됐다고 밝혔다. EU 입법의 가장 중요한 과정을 통과하면서 사실상 시행까지 형식적 절차만 남겨 놓은 셈이다. CRMA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미국 IRA에 맞서는 대응책으로 전략물자 원자재의 제3국 의존도를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역내 채굴 목표치는 10%, 가공·처리 40%로 합의하고 재활용 비율은 기존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특별 관리 대상인 전략 원자재에 초안에 없는 알루미늄을 추가해 총 17개로 늘렸다. 원자재 추출 프로젝트 허가에 소요되는 기간도 대폭 단축한다.



EU는 지난달 역내 기업 보호를 위해 2026년부터 본격 부과하는 탄소국경세의 시범 시행에도 들어갔다. 철강·시멘트·전기·비료·알루미늄·수소 등을 EU에 수출하는 제3국 기업은 탄소 배출량을 분기별로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이에 따라 탄소 비용을 내야 한다. 이는 환경 규제를 받는 자국 기업들이 수입 제품 대비 경쟁력이 약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EU는 향후 탄소국경세 적용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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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는 이달 제조업체용 전기요금에 부과되는 세금을 메가와트시(㎿h)당 기존 15.37유로에서 0.5유로로 약 97% 대폭 감면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총 280억 유로(약 39조 7900억 원)를 투입한다. 예산이 충족되면 감면 기한을 2028년까지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기요금을 가장 많이 내는 90개 독일 기업에 대해서는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와 별도로 국제 경쟁에 노출된 주요 350개 기업에 대한 보조금 기한을 5년 연장하기로 했다. 독일은 경기 침체와 역성장 우려가 커진 지난해부터 기업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해 8월 독일 정부는 향후 4년간 320억 유로를 들여 법인세를 감면하는 ‘성장기회법’을 발표했다. 해당 법안은 직원 수 500명 이하, 매출 5000만 유로 이하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데 독일 제조 기업의 99%가 여기에 해당한다.

◇日, 반도체·배터리 전방위 지원=일본은 자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세제와 보조금 혜택, 각종 규제 완화를 총동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 17조 엔(약 149조 원) 규모의 새 경제대책을 확정했는데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전략 사업에 대한 5~10년 단위 장기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담았다. 일본은 기존에 초기 설비투자에 국한해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이에 이어 전략물자 생산 공장을 농지·삼림에도 지을 수 있도록 토지 규제를 완화하고 허가 절차도 간소화한다. 이밖에 기업 도산을 막기 위해 가업 승계 시 증여세·상속세를 유예하는 세제 우대 방안의 연장 역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산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인도 역시 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도 정부는 앞서 법인세를 기존 30%에서 22%로 인하했는데 현지에 신설된 제조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15%로 크게 낮췄다. 국내외 기업이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세울 경우 건립 비용의 최대 70%(중앙정부 50%+주정부 20%)를 지원한다. 전략물자 매출 증가분의 4~6%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등 생산 과정에서도 혜택을 마련했다.

IRA·반도체지원법(칩스법)·인프라법 등 자국 산업 보호책을 연이어 내놓은 미국과 첨단산업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중국 역시 전략산업 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 신생 메모리칩 업체 창신신차오메모리테크놀로지에 390억 위안(약 7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마련한 펀드인 대기금 2기에 조성된 2042억 위안 규모 자금을 활용한다. 대만도 8월 이른바 ‘대만형 칩스법’을 발표하며 첨단산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 현지 첨단산업 연구개발(R&D) 투자액의 25%, 첨단 공정용 설비투자액의 5%를 당해 연도 법인세에서 최대 30%까지 감면한다. 원칙상 첨단 분야를 대상으로 하지만 업종 제한이 없어 자격 충족 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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