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충무로 대작들이 연달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가운데 연말 두 작품이 회심의 도전장을 내민다. 혼란스러운 시대 속 국가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두 영화가 한국 영화계의 반전을 이끌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일어난 ‘12·12 사태’ 당시 서울에서 9시간 동안 벌어진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다.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 ‘아수라(2016)’ 등 굵직한 영화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황정민이 실제 인물 전두환을 빌려온 보안사령관 ‘전두광’을, 정우성이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맡았다.
1979년, 대통령이 피격에 의해 사망한 초유의 상황 속에서 권력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이 벌어진다. 육군참모총장을 납치한 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권력을 차지하려는 신군부 세력의 교묘한 술책 속에서 이태신을 위시한 군인들은 이를 막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거듭한다. 그러나 뭉쳐야 하는 육군 수뇌부는 흩어지고, 전두광의 야욕은 서서히 서울을 감싼다.
김성수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어린 시절 육군참모총장을 납치하려는 총소리를 들었다. (이 사실이) 오랫동안 꽁꽁 숨겨져 있어서 나중에 알게 되고 충격 받았다”면서 “그 날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한국 현대사에 운명적인 전환점이 됐는지, 오래된 숙제를 이 영화로 갈음해서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전운이 감돌던 1598년, 퇴각하던 왜군을 무찔렀던 역사 속 해전도 찾아온다. 다음달 20일 ‘명량(2014)’ ‘한산(2022)’에 이어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을 마무리하는 역작 ‘노량’이 개봉한다.
‘명량’은 역대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다. 17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당시 이순신을 보기 위해 극장가를 찾았다. 지난해에는 ‘한산’이 누적 관객수 720만 명의 흥행 기록을 세우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명량’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여름 성수기 시장에서 가장 많은 누적 관객수를 달성하며 성과를 거뒀다.
이순신 3부작은 영화마다 다른 배우가 이순신을 연기한다. ‘명량’은 최민식, ‘한산’은 박해일, 그리고 ‘노량’은 김윤석이 맡았다. 앞선 배우들과 색다를 김윤석의 이순신도 기대를 모으는 점이다. 15일 ‘노량’ 제작발표회에서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3부작을 하면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심이 커졌다”면서 “그런 마음을 크게 담은 게 ‘노량’인 것 같다”고 밝혔다. 성웅의 최후를 담은 영화가 흥행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