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개인을 온전히 위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부터 많은 가족들과 살았죠. 내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막연하기만 하던 꿈을 이제 이뤘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따뜻한 건축을 지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저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던 작은 소년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때로는 즐거움과 영감을 선사하는 건축가로 성장했다. 가정을 이루고 아들이 태어난 2016년부터 임태형 건축사사무소플랜 대표는 본격적으로 자신과 가족을 위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임 대표는 집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도시적인 맥락’, 다시 말해 주변 경관과의 어울림이라고 말했다.
“당시 낙후돼 있는 원도심 주거 지역에 땅을 샀어요. 옥상에 ‘블랙박스’라는 공간을 만들었는데 저녁마다 불을 켜놓죠. 골목길이다 보니 어두컴컴하기도 하고 오래된 벽돌집만 빼곡이 들어선 삭막한 풍경을 덥혀주는 역할도 해요. 집 가까이에 공원이 있어서 사계절 변화하는 풍경을 눈에 담기도 하고 비가 오거나 햇빛이 뜨거운 날에도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임 대표를 찾는 고객들은 대개 동네를 먼저 선택한 뒤 그에게 작업을 의뢰하러 온다. 건물이 아직 지어지지 않은 만큼 고객들이 그 위치, 그 동네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임 대표는 말했다. 그는 “예컨대 공원 옆에 짓게 된 집이라면 공원과의 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돈이 부족해서 선택했다고 하면 최대한 경제적인 집을 짓는 것”이라며 “모든 것들이 맥락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집의 위치를 설정한 계기’ ‘집에서 꿈꾸는 일상의 풍경’ 등 직접 만든 ‘집문답’을 통해 고객과 최대한 소통한다. 질문은 모두 주관식이다. “인생은 주관식이죠. 집은 인생의 집약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보기를 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임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기억에 남는 일화로는 최근 준공한 광주 일곡동 주택을 꼽았다. 작은 상가 주택인데 일명 ‘효자를 만든 집’이라고 한다.
“처음 집을 설계하기 전부터 땅이 너무 좁고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아드님이 건축을 반대하셨대요. 그런데 막상 지어지고 나니 가장 놀라는 사람이 그 아드님이랍니다. 집이 재미있고 궁금해서 자주 찾아온다고 갑자기 효자가 됐다고 하세요.”
임 대표의 섬세함은 일곡동 주택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을 고려해 집안 곳곳에 하루 종일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머님의 방에는 작은 창문을 한 쪽에 치우쳐 달았다. 도로 건너 위치한 건물들을 피해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집’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지친 몸을 재충전하는 생활과 가장 밀접한 공간인데 대부분 사람들은 건축에 대해 막연한 거리감을 가지고 있어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영감을 주는 건축물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대중성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의 영향력을 계속해서 알리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