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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그 자체"…가자 주민·탈출 외국인 트라우마 시달려

팔레스타인 언론인인 아이만 알알룰씨(왼쪽)가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응용해 건물 잔해를 뒤집어쓰며 가자지구의 참상을 알리고 있다. /러블 버킷 챌린지 동영상 캡처팔레스타인 언론인인 아이만 알알룰씨(왼쪽)가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응용해 건물 잔해를 뒤집어쓰며 가자지구의 참상을 알리고 있다. /러블 버킷 챌린지 동영상 캡처





“전쟁터로 내몰리는 꿈에 시달리고 탈출 당시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았던 상황도 수시로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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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나세르 하미드 사이드(52) 씨 가족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사이 전쟁이 이어진 지난 5주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에 갇혀 있다가 이달 12일 가까스로 귀국했으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이집트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를 빠져나오기 위해 차를 타고 내려올 때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았다. 그는 “결국 두려움에 떨며 아내와 어린 아들 둘과 함께 최소한의 물만 든 채 걸어서 겨우 빠져나왔다”고 몸서리를 쳤다. 그는 이어 “영국 대사관을 비롯해 아무도 도와줄 곳이 없었다”며 “폭탄으로 죽지 않으면 굶주림으로 죽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의 가족은 사방에서 가해지던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부족한 식량, 더러운 물, 끊긴 전기에 시달렸던 악몽을 잊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트라우마가 깊다.

그나마 사이드 씨처럼 가자지구의 외국 국적자 수백 명은 이달 초부터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해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육해공을 모두 봉쇄한 채 전면 공격을 받고 있는 가자지구 주민들은 여전히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식량·전기·의약품 등 생활필수품의 극심한 부족도 모자라 언제 미사일이나 총을 맞아 죽을지 몰라 극심한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스라엘 측에서 ‘하마스의 근거지’라고 주장하며 병원을 집중 공격해 다쳐도 치료받기도 힘들다.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태어나서부터 봉쇄된 채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난과 절망 속에 지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다.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자지구 아동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위기에 내몰렸다고 우려했다. 이미 수천 명 이상의 아동이 숨진 데 이어 살아남은 아동도 부모와 가족의 죽음 앞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할 동력을 갖기 힘들다. 실제 수많은 아동이 불안·초조·두려움·악몽, 끔찍한 기억, 감정 억제·회피 등에 시달린다. 지난해 6월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고서를 보면 이미 가자지구 아동의 80%가 끊임없는 불안과 걱정·슬픔·비통함을 겪고 있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한 가자지구 직원은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렵다. 시체가 도처에 깔려 있다”며 “아동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상황이 너무나 심각하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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