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AI 교육이 문화창작 성패 가른다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 10주년 기념판에 ‘GPT-3’가 쓴 서문과 함께 ‘인공지능(AI) 혁명은 우리가 알던 방식의 인류 역사가 끝났다는 신호다’라고 적었다. AI의 등장은 창작에 대한 기존의 관점에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다.



19세기 화가들은 사진을 순수예술의 타락으로 여겼고 20세기 초 등장한 영화는 독자적인 예술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새로운 매체·기술의 등장은 언제나 예술성을 의심받아왔다. AI 또한 인간의 몫으로만 여겨졌던 창작이라는 성역을 침범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로 규제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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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주 박람회 미술전에서 생성형AI가 그린 ‘스페이스 오페라 하우스’가 1위를 수상한 사건과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된 미디어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의 AI 작품 ‘언슈퍼바이즈드(unsupervised)’가 대표적이다. 두 작품 모두 생성형AI 프로그램 기반으로 창작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일으켰다. 창작의 저작권과 디지털 윤리 문제 등 풀어야 할 법적·제도적 과제가 아직 남아 있지만 AI가 창작에 대한 영감을 자극하고 창작 과정을 다각도로 지원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화예술계는 이미 미디어아트, 인터랙티브아트를 넘어 AI를 활용한 실험적 프로젝트가 활발히 지속돼왔다. 이제는 시청각적 감상과 경험 정도의 소극적 향유가 아닌, ‘달리(DALL-E)’나 ‘미드저니(Midjourney)’ 프로그램 등 AI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근사한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능동적 문화예술 향유도 가능하다.

올 5월 말 프랑스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문화예술교육 다자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누구나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장벽 완화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고 AI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국제 공동 프로젝트 추진을 제안했다.

문화예술의 적극적 향유와 발맞춰 교육의 영역에서 AI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장기 관점에서 AI와 사람이 공생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는 창의 융합형 인재에게 요구되는 창의적 사고, 소통 역량, 심미적 감성 등을 강화하기 위해 지식 습득을 위한 보조 수단을 넘어 AI가 주된 교육 도구가 되는 ‘AI 파워드 러닝’의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생성형AI를 넘어 멀티모달 AI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미래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갈 문화예술 전문성부터 AI 디지털 역량까지 두루 갖춘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크리에이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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