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본무 LG 선대회장의 사망 이후 상속 재산 재분배를 요구한 LG家 세 모녀가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16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LG가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에서는 구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를 포함한 원고 측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 분할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구 회장 측은 추가 심문을 위해 증인으로 출석한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에게 녹취록을 토대로 “구연경 대표가 ‘아빠(구 선대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고, 하 사장은 이런 대화를 들은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여사가 “구연경 대표가 잘 할 수 있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고 말한 사실도 녹취록을 통해 공개됐다. 앞서 원고 측은 소송 제기 당시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세 모녀 측은 지금까지 구 선대회장의 유언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속아 상속 분할에 합의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구 회장 측은 녹취록을 통해 “원고 측이 이미 3차에 걸쳐 상속 합의를 마쳤으나, 이를 번복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5일 열린 1차 재판에서는 구 선대회장의 부인이자 이번 소송의 원고인 김영식 여사가 직접 서명한 동의서와 3차에 걸친 상속 재산 분할 합의 과정이 공개됐다. 동의서에는 ‘본인 김영식은 고 화담 회장님(구 선대회장)의 의사를 좇아 한남동 가족을 대표해 ㈜LG 주식 등 그룹 경영권 관련한 재산을 구광모에게 상속하는 것에 동의함’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 여사의 서명이 담겨 있었다.
이에 구 회장 측은 “(원고 측이 기망을 당했다고 말한 것과 달리) 분할 협의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고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해서 협의서 작성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도 구 선대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가 구광모 회장에게 “내가 주식을 확실히 준다고 했다”고 말하며 사실상 가족 간 합의를 인정하는 장면도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원고 측은 구 선대회장의 금고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열어본 이유와 유지가 담긴 메모의 파기 시점 등을 캐물었다.
원고 측 대리인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하 사장 참관 하에 구 선대회장의 금고를 열어 본 것과 관련, “직계 유족에게 연락도 안 하고 연 이유가 뭐냐"며 “그게 이 사건 분란의 씨앗”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지가 담긴 다른 문서 같은 게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라며 금고 내부에 있었던 물품 등이 무엇이었는지 질문했다.
이에 하 사장은 “금고는 회사 재산이며 안에는 별것이 없었다”며 자세한 내용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답하기를 꺼렸다.
한편 이날 재판장은 증인 심문을 마친 뒤 양측에 조정을 제안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원고 측을 설득해보겠다”고 말했고, 피고 측 대리인은 “이미 1년 넘게 협의를 거치는 중에 원고 측이 일방적으로 소를 제기한 것”이라며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뒤 “피고(구 회장)에게 의사는 물어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강유식 전 LG경영개발원 부회장 증인 심문에 앞서 다음 달 19일 변론준비기일을 갖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