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췌장낭종, 암 아닙니다” 전문의의 명쾌한 교통정리

■동석호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터뷰

‘췌장낭종’ 소견에 암 진행 염려하는 환자 많아

모두 췌장암 되진 않아…전암성 병변, 극히 일부

막연한 공포는 금물…정기적인 추적검사로 관리

동석호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췌장낭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희대병원동석호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췌장낭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희대병원




“췌장낭종은 암이 아닙니다. 당장은 수술 안 하셔도 됩니다.”



수심이 가득한 채 동석호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마주한 환자들은 그제서야 얼굴이 밝아진다. 췌장은 질환이 생겨도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암이 생겨도 소화가 안되거나 명치 끝 쪽이 아파오는 정도라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 이르러서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조기진단은 어렵고 주변 장기로 쉽게 전이되다 보니 5년 생존율이 15% 남짓에 불과해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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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나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런 정보에 자주 노출됐던 환자들은 대부분 췌장낭종이 발견됐다는 검진 결과를 듣고 잔뜩 겁에 질려 병원을 찾는다. 심지어 당장은 암 관련 징후가 없으니 지켜보자고 해도 “불안하니 수술해달라”며 버티는 환자들도 있다. 동 교수가 의학용어인 낭종 대신 ‘물혹’이나 ‘물집’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건 환자와 가족들이 어떤 마음으로 진료를 받으러 왔을지 훤히 들여다 보이기 때문이다. 환자가 지방에서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하면 당일 오후 추가 검사 일정을 잡아주려 애쓴다. 아침 일찍 서둘러 먼 길을 온 환자가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애 태워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양성이건 악성이건 종양이라는 표현 자체가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손에 물집이 생겼다고 해서 손가락을 잘라내는 사람 봤느냐, 단순히 췌장에 물집이 생긴 상태라고 설명하면 십중팔구 수긍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다양한 췌장낭종 중 암이 될 병변을 정확히 판가름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인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만으로 형태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는 자기공명 담췌관조영술(MRCP)을 시행하거나 내시경초음파 유도하에 낭종액을 뽑아서 점성과 종양 수치를 측정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명백히 전암성 병변으로 간주되는 점액성 낭성 종양이나 췌관내 유두 점액성 종양은 늘 악성 진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만 간혹 엉뚱한 곳에서 췌장암이 발병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췌장낭종 발견율이 급증하면서 낭종 크기, 고형 결절 등 보다 정확하게 악성화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 요소다.

동 교수는 “때로는 아는 게 병이다.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평생 모르고 살았을 병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며 “40~50대가 되어 소화기 증상이 생겼을 때 한 번쯤 검진을 받아보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걱정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췌장낭종은 정기적으로 추적검사를 받기만 해도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췌장낭종이 발견됐더라도 불안해 하기 보다는 의사의 조언을 믿고 따라와 달라”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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