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폈다. “경기 둔화 흐름 점차 완화”라는 이전의 표현보다 한 발 더 긍정적으로 나아갔다. ‘회복’이라는 단어도 지난해 6월 이후 처음 등장했다. 정부의 말대로 반도체 업황 개선 등에 힘입어 최근 제조업 생산과 수출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서비스업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 사이클상 주기적인 확장 국면에 불과하고 그나마 회복 강도가 매우 약해 기업과 가계가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4%, 내년 2.2%로 각각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대로라면 일본처럼 저성장 장기화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내년에 1.7%로 하락하고 2033년에는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장기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해법은 명확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2023년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 한국이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해 고용 제도를 유연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연금 등 구조 개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재정 건전성 확보 노력을 지속하고 재정준칙 관리 지표 등을 적절히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예산안을 짜느라 혈안이 돼 있다. 특히 여야는 영호남 화합, 국토 균형 발전 등을 명분으로 담합해 11조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대구·광주 간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예비타당성조사도 필요 없는 특별법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돈 뿌리기 선심 정책은 물가만 자극할 뿐 성장 잠재력 확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땜질식 경기 부양을 시도할 게 아니라 저성장 터널에서 탈출하기 위해 노동·교육·연금 등의 구조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또 정부는 국회의 내년 예산안 심의·확정 과정에서 “재정 만능주의와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하겠다”는 당초 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회도 당리당략을 떠나 신성장 동력을 점화하기 위해 규제 혁파 및 세제 개혁 관련 경제 법안들을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