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일회용품 품목별 규제를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후폭풍은 여전합니다. 모호한 정책 방향성 탓에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환경부는 지난 7일 일회용품 관리정책 전환을 발표했습니다. 종이컵이 사용 제한 품목에서 제외되면서 앞으로 식당과 카페에서는 일회용 종이컵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 단속은 무기한 연장됐고 비닐봉지 단속은 사라졌습니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이같은 정책이 발표된 직후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아직까지 곳곳에서는 갑작스런 정책 전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게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정책 전환을 발표한 이후인 8일 ‘일회용품 감량 정책을 포기한 바 없으며, 감량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며 보도설명자료를 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에 대해서는 “정책 후퇴가 아니라, 현장 여건을 감안해 규제가 잘 이행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추가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계도기간 중에는 플라스틱 빨대를 고객이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고객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제공하도록 해 사용을 점차 줄여나가겠다”며 “종이 빨대는 매장에 잘 비치되도록 해 손쉽게 사용하는 등 관련 수요가 지속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종이컵의 경우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등과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음식점·커피전문점 등에 다회용컵·세척시설 등을 지원해 일회용품 줄이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일회용품 감량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과는 달리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종이컵이 정말 환경에 유해하다고 생각하느냐”며 안일한 인식을 보였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던 업체들은 정책 전환으로 인한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종이빨대 생존 대책 협의회(협의회)는 지난 16일 일회용품 규제 폐기로 인해 쌓이게 된 종이 빨대 재고가 1억 4000만 개에서 2억 개에 달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를 카페에서 사용할 수 없게 하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만 믿고 생산을 늘렸는데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이 당황스럽다는 겁니다.
업체들은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 연장 발표 후 판로가 막혀 기계 가동을 멈췄다”며 긴급 자금 지원·판로 마련·계도기간 시한 지정 등을 요청했습니다. 환경부는 친환경 업체에 대한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