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의 삶을 바꿔 놓을 신기술을 발표하는 ‘약자동행 CES’ 같네요.”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약자동행 기술박람회’ 행사장. SK텔레콤 부스를 찾은 방문객이 “아리아, 앞에 무엇이 보여?”라고 묻자 잠시 후 “안경을 쓰고 회색 재킷을 입은 남성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처럼 시각장애인들이 볼 수 없는 이미지를 설명해주고 주변 물건도 찾아주는 SKT의 설리번 플러스(인공지능 기반 시각보조 음성안내 앱) 서비스 시연에 행사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집중했다.
다른 부스에서는 인공지능 기술과 음성처리 기술을 결합한 바이칼AI의 보이스센서가 주목을 받았다. 약 15초 정도의 일상대화를 통해 기운이 없는지, 우울한 기분인지 딥러닝을 통해 분석해내기 때문이다. 윤기현 바이칼AI 대표는 “생활지원사와 노인이 통화를 하거나, 그림을 보여주면서 ‘생각나는 점을 이야기해보세요’ 식의 일상 대화만으로 우울증과 인지장애 여부 선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서울시가 처음으로 개최한 약자동행 기술박람회는 51개 대·중소기업이 참여해 약자를 위한 신기술을 뽐냈다. 장애인 뿐만 아니라 고령자를 비롯한 모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회사에서 “약자는 결코 정해진,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누구나, 언제든 약자가 될 수 있다”며 “이 박람회를 통해 미래의 복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약자기술 유니콘 기업의 탄생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실제 스타트업 캥스터즈는 휠체어의 바퀴 움직임을 감지하는 기술을 통한 휠체어 트레드밀을 개발했다. 양쪽 바퀴를 팔로 굴리는 일종의 레이싱 게임으로 TV화면을 통해 실제 트랙을 달리는 느낌을 들게 한다. 돌리면서 한쪽에 힘을 더 주는 방식으로 방향 조절도 가능하다. 장애인들도 본인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기 때문에 운동에 도움이 된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헥사휴먼케어는 노약자와 장애인 등 고관절 근력을 보조해 착용자의 의도에 맞춰 걸을 수 있게 도와주는 웨어러블 로봇을 소개했다. 이 로봇은 일부 대학병원과 보건소, 요양병원 등에 보급돼 보행약자를 돕고 있다.
이 외에도 엑스퍼트아이앤씨는 한국어 특화 음성인식 기술과 AR 스마트 안경을 결합해 청각장애인이나 외국인들이 언어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AI 음성·자막 변환 안경 ‘씨사운드’를 시연했다. 부스를 찾은 외국인들은 안경을 써본 뒤 ‘원더풀’을 외치며 인증샷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대기업 중에서는 포스코 스틸리온이 인왕제색도, 내연산삼용추도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미술작품을 전시했다. 화이트 포스멕이라는 컬러강판에 UV 인쇄를 함으로써 표면의 질감을 손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또 삼성전자는 저시력자를 위해 명암 대비, 선명도 등 화질 요소를 조정해 저시력자의 시청 경험을 향상시키는 ‘릴루미노 모드’를 탑재한 TV를 선보였다.
이날 박람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투자유치(IR) 경연대회였다. 결선에 오른 5개 기업 중 효돌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하며 상금 1000만 원을 받았다. 효돌은 봉제인형 형태의 말하는 AI반려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24시간 어르신 곁에서 생활·정서·건강·안전관리를 수행한다. 그 밖에 기술기업 홍보쇼와 토크 콘서트, 기술동행 네트워크 등도 함께 진행됐다.
서울시는 약자동행 기술박람회를 ‘약자동행 신기술 발표의 장’이자 기업과 투자자, 정부기관이 모여서 교류하는 ‘네트워크의 장’, 웰페어 테크 시장을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국제적인 박람회’로 지속 발전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