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금융기관서만 2.9조 출자… 벤처 투자 '기지개'

지난해 제외 최근 4년來 최대 규모

3분기에만 벤처펀드 1.5조 출자

반도체·2차전지 등 딥테크 뭉칫돈

비대면·바이오서 4차산업 위주 재편

정부도 출자한도 상향 등 적극 추진





정부가 ‘경제동향’을 통해 1년 5개월 만에 ‘경기 둔화’ 대신 ‘회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 얼어붙었던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도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경기 동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민간부문 벤처투자는 이미 3분기부터 출자액이 늘며 경기 선행적 투자가 시작됐다. 특히 금융기관과 벤처캐피털(VC)을 중심으로 최근 2차전지와 반도체, 인공지능(AI)등 딥테크 분야 투자가 증가하면서 투자 업종 전환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19일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3분기 국내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에 따르면 올들어 3분기까지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기관(산은 제외)의 벤처펀드 출자액은 2조9128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 3분기에만 전체 출자액의 절반 가량인 1조4901억 원이 집중적으로 출자됐다.



팬데믹 종식에 따른 기대감에 이례적으로 벤처펀드 출자가 몰렸던 2022년(3조 8379억 원)을 제외하면 최근 4년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실제 같은 기간 금융기관의 벤처펀드 출자액은 2020년은 1조393억 원, 2021년 2조7079억 원으로 올해 보다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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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부문에서 금융기관의 투자비중은 35%로 일반법인(21%), 벤처캐피털(12%) 보다 출자 비중이 높은 ‘큰 손’이다. 금융기관의 투자 회복세에 대해 주요 VC들은 벤처투자가 점진적으로 활성화하는 징조로 보고 있다. 서학수 더웰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00년 이후 주식시장에서 최장 하락기간은 3년, 하락률은 45~75%인 반면 최장 상승기간은 9년에 상승폭은 104~307%로 항상 하락은 짧고 상승은 길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제 다시 투자를 할 타이밍이라는 공감대가 VC들 사이에 확대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투자 업종도 인공지능(AI) 등 초격차 딥테크 분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2차전지·디스플레이·반도체 등 딥테크 및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 관련 업종인 ‘전기·기계·장비’ 및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투자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1%, ‘전자·기계·장비’ 분야는 30.2% 늘었다. 반면 유통·서비스(-53.1%), ICT서비스(-48%), 바이오·의료(-26.2%) 분야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수익 실현이 가능한 기업 중심으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 대표는 “앞으로 초격차 기술 분야 등 4차 산업 위주로 벤처투자 업종이 재편될 것”이라며 “유통·서비스 등 다른 업종이라도 빅데이터와 AI 등 딥테크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도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도 “미국에서도 AI 등 딥테크 섹터를 중심으로 투자 대상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다만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당분간 캐시플로우(현금흐름)가 보장되는 ‘될만한 기업’ 중심으로 선별해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투자 시장 흐름에 맞춰 정책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벤처캐피털이 민간자금을 차질없이 모집할 수 있도록 정부도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한도 상향(자기자본의 0.5→1.0%), 민간 벤처모펀드 세제혜택 신설(출자금액의 최대 8% 세액공제) 등 범부처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업계와 협력해 투자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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