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이번주 국내 증시가 숨고르기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줄어들면서 주식시장의 반등이 이어진 가운데,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21일(현지시간) 발표되는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의사록 공개가 단기적인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코스피 지수는 일주일 전인 10일 2409.66포인트 대비 60.19포인트(2.50%) 오른 2469.85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789.31에서 9.75포인트(1.24%) 상승한 799.06에 마감했다. 이 기간 코스피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590억 원, 1조 4077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2조 2825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과 개인이 2238억 원, 460억 원을 샀으며 기관이 2822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14일 공개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3.3%)를 밑도는 3.2%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하자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됐다. 5%를 넘보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4%대로 하락했으며 미국 등 글로벌 증시는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12월 금리를 동결한 이후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는 상황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이번주 국내 증시가 잠잠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 중대한 경제 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지 않으며 증시가 피로감에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지만, 이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을 강력히 표출한 상황에서 큰 변수가 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 증시는 23일 추수감사절로 휴장하고 다음 날인 24일은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를 맞아 조기폐장해 이번주 사실상 3.5일 개장한다.
21일(현지시간) 발표되는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에 따라 반도체주의 향방이 정해질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올 들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3분기 실적에 따라 반도체 업종의 상승세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증권업계의 전망은 우호적이다. 시장은 엔비디아가 3분기 3.37달러의 주당순이익(EPS)와 매출 161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가 종전에 제시했던 매출 가이드라인인 160억 달러를 소폭 웃돌고 지난해 3분기 매출 59억 달러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향후 실적 전망치(가이던스)에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교전을 중지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의 정세가 안정될 경우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미국,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교전을 중지하는 대신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 수십 명을 석방하는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가 2430~2560포인트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 수준인 2469.85에서 큰 움직임이 없을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상승 요인으로는 미국 물가 안정, 미국 의회 임시예산안 연장, 미국 연말 쇼핑시즌 기대 등을 꼽았고 하락 요인으로는 금리 하락 기대감에 대응하기 위한 연준 위원들의 발언 가능성 등을 지목했다.
증권업계는 추천 업종으로 완만하게 실적이 개선되는 반도체와 인터넷·정보기술(IT) 솔루션, 제약·바이오, 엔터·게임, 해외건설·기계, 화장품·의류 등이 거론됐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수출 상황에 따라서 업종별 주가 흐름도 다를 것”이라며 “반도체가 가시적인 수출 회복세를 보이면 주도주 지위를 견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