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단독 인터뷰] “오픈AI 파트너십 뚝 떨어진 것 아냐” 샘 올트먼 택한 사티아 나델라의 비전

나델라 MS CEO 인터뷰

쫓겨난 샘 올트먼 MS에 영입

파트너십으로 지정학 위기 돌파

미래 10년은 정체성 확립 주력

15일(현지 시간) 미국 시애틀컨벤션센터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자체 개발한 AI 칩 ‘마이아100’과 데이터센터 칩 ‘코발트100’을 공개하고 있다./시애틀=정혜진 특파원15일(현지 시간) 미국 시애틀컨벤션센터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자체 개발한 AI 칩 ‘마이아100’과 데이터센터 칩 ‘코발트100’을 공개하고 있다./시애틀=정혜진 특파원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확보한 슈퍼컴퓨터 인프라가 없었더라면 오픈AI는 결코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16일(현지 시간) 미국 시애틀에 있는 MS 레드먼드 캠퍼스. 절정을 맞은 빨간 단풍나무가 가지런히 늘어선 캠퍼스 동쪽 출입문을 지나 33번 빌딩에 이르자 ‘경영진 브리핑 센터(Executive Briefing Center)’가 나타났다. 매주 금요일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머리를 맞대 릴레이 회의를 진행하는 곳으로 오가는 직원들도 회의 준비에 한창인 모습이었다. 평소와 달리 목요일에 개방된 회의실에는 8명의 전 세계 취재진이 자리를 채웠다. MS가 연례 행사인 이그나이트 2023을 개최한 뒤 나델라 CEO와 허심탄회한 인터뷰를 나누는 자리로 국내 언론 중에서는 서울경제신문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사티아 나델라(왼쪽) MS CEO가 인터뷰를 마친 뒤 본지 기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시애틀=정혜진 특파원사티아 나델라(왼쪽) MS CEO가 인터뷰를 마친 뒤 본지 기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시애틀=정혜진 특파원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창업자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진 제공=MS샘 올트먼(왼쪽) 오픈AI 창업자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진 제공=MS


파트너십 적극 활용…잊혀졌던 공룡의 부활

19일(현지 시간)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와 그렉 브록먼 공동 창업자가 동료들과 함께 MS의 어드밴스드 AI 리서치 팀을 이끌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틀 전 갑작스러운 오픈AI 이사회의 샘 올트먼 해임 통보로 진통을 겪던 와중 최대 투자자인 MS가 선택한 것은 오픈AI와 샘 올트먼 두 선택지를 모두 살리는 방안이었다.

19일(현지 시간)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오픈AI에서 쫓겨난 샘 올트먼 CEO가 MS 리서치 팀을 이끌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개인 링크드인 계정 갈무리19일(현지 시간)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오픈AI에서 쫓겨난 샘 올트먼 CEO가 MS 리서치 팀을 이끌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개인 링크드인 계정 갈무리


한때 빅테크 가운데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MS는 올해 비약적인 도약을 이루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으며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성장 동력을 상실했던 검색엔진 ‘빙’과 PC 운영체제(OS) 윈도에 생성형 AI를 탑재하며 이를 전 제품군으로 확대한 데다 클라우드 부문에서도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여 AI 승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 들어 주가가 50% 이상 오르면서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을 앞지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나델라 CEO는 “MS가 설립된 후 지난 48년을 되돌아 볼 때 MS에는 플랫폼 회사라는 정체성이 언제나 있었다”며 “처음 우리가 창조한 것은 PC였지만 이제는 생성형 AI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MS가 PC 운영체제 윈도를 기반으로 PC 시대의 플랫폼이 된 것처럼 생성형AI가 새로운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해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생성형 AI 시대에 발 빠르게 대처한 동력으로 파트너십을 꼽았다. 나델라 CEO는 “많은 회사들이 제로섬 경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파트너십은 사업 참여자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열린 이그나이트 2023에서도 MS는 자체 AI칩인 ‘마이아(Maia 100)’를 공개했고 AI칩 강자인 엔비디아와의 독점적인 파트너십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델라 CEO는 “시간을 돌려봤을 때 PC 시대에 인텔과 MS가 파트너십을 맺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두 회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애플이 자체 반도체를 통해 도약하게 된 데도 TSMC와의 협력이 엄청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시애틀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된 이그나이트 2023에서 사티아 나델라(왼쪽) MS CEO가 깜짝 등장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파트너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MS15일(현지 시간) 미국 시애틀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된 이그나이트 2023에서 사티아 나델라(왼쪽) MS CEO가 깜짝 등장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파트너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MS




파트너십은 양자 택일 문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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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십에도 장기적인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MS가 슈퍼컴퓨터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오픈AI는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장기간의 인프라 투자가 AI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단초가 됐다”고 강조했다.

파트너십 관계를 넘어 오픈AI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우리는 투자를 하기도 하고 파트너십을 맺기도 하며 필요한 경우 인수합병(M&A)을 하기도 한다”며 “많은 이들이 파트너십 아니면 M&A 양자택일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사실과 맞지 않다”고 언급했다. 전 세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AI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는 “AI 규제에 있어 실질적인 위험과 실존적 위험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오류나 편향 등 위험 요소가 있다면 이를 보완하는 학습 방법(RAG)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취임 10주년을 맞는 나델라 CEO는 “지난 10년 플랫폼 회사로, 파트너십 기반 회사로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면 앞으로 10년, 그리고 50년은 우리가 얼마나 절박하게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AI라는 도구가 우리 기술을 바꾸고 나아가 일의 방식과 조직을 완전히 변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크지 않아” 자신

미중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중국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는 주요 관심사였다. MS는 중국 내 최대 규모의 리서치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빅테크 가운데서도 중국 내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큰 편이다.

나델라 CEO는 MS 연례 최대 행사인 이그나이트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곧바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만찬에도 참여했다. 이어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진 그는 거침없이 답변했다. 나델라 CEO는 지정학적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에 MS 리서치 센터가 있어 중국이 이익을 얻는 부분이 있고 MS 역시 중국의 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장점이 있다”며 “중국 시장 진출이 리스크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내수 시장과 구별되는 다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델라 CEO는 “GM·파나소닉·소니 등 중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이 주요 고객”이라며 “포드나 제너럴모터스(GM) 같은 회사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 이들에게 인프라를 동등하게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시장을 빠져나오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체 AI 칩까지 공개한 만큼 전 세계 60개 리전(데이터센터 묶음)을 아우르는 인프라 플랫폼 기업으로서 중국 시장을 제외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사진 제공=MS/사진 제공=MS


고도화된 AI 모델로 협업 가능성 높은 한국 시장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얼마나 많은 고도화된 인공지능(AI) 모델이 나오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예요.”

지역별 전략을 언급할 때는 아시아 시장에서도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단순히 시장이나 언어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생성형 AI 모델들이 개별 국가에서 잘 대표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차별화된 접근법을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볼 때 한국은 고도화된 AI 모델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MS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가 이 같은 모델을 훈련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의 스타트업 미스트랄AI 등과의 협업을 소개한 것처럼 한국 시장에서도 폭넓게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MS가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IDC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 중 69%가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93%는 AI를 활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2개월 이내라고 밝혀 AI 개발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2021년 MS코리아에서 ‘애저 이용 가능 존(Azure Availability Zone)’을 한국에 세운 후 MS와 국내 기업의 협업 사례들도 눈에 띈다. LG CNS의 경우 MS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통해 생성형 AI 서비스를 개발, 제조 분야부터 금융·소매 부문까지 다양한 고객사를 지원하고 있다. 두산 로보틱스의 경우 로봇을 제어·조절하는 데 있어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인간의 개입 없이도 로봇의 출력 오류를 줄이고 로봇의 활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웅진 씽크빅의 경우 학습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챗GPT를 도입했다.


시애틀=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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