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美 본토 첫 승…1730일 시련의 끝은 달콤했다

■양희영, LPGA CME 챔피언십 정상…통산 5승 올라

27언더…공동2위 3타차 따돌려

17·18번홀 연속 버디로 우승 쐐기

부진·부상에 올 시즌 은퇴 고민도

김효주, 티띠꾼에 베어트로피 내줘

양희영이 20일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후 스마일이 그려진 골프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양희영이 20일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후 스마일이 그려진 골프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승 확정 후 동료 선수들의 샴페인 세례를 받는 양희영. AFP연합뉴스우승 확정 후 동료 선수들의 샴페인 세례를 받는 양희영. AFP연합뉴스


13번 홀 샷 이글 후 기뻐하는 양희영. AP연합뉴스13번 홀 샷 이글 후 기뻐하는 양희영. AP연합뉴스


“골프를 해오면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처럼 은퇴까지 생각한 시간은 없었어요.”



부진과 부상, 그리고 30대 중반의 나이. 결국은 은퇴까지 고민했던 절망적인 시즌의 끝은 ‘1730일 만의 우승’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16년 차 양희영(34)이 자신의 모자에 새긴 ‘스마일’ 문양처럼 환한 미소와 함께 통산 다섯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양희영은 20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부론GC 골드 코스(파72)에서 끝난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700만 달러)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27언더파 261타를 기록한 양희영은 공동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앨리슨 리(미국·이상 24언더파)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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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우승은 양희영의 ‘미국 본토 첫 우승’이다. 200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앞선 4승을 모두 아시아에서 거뒀다. 2013년 한국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태국 대회인 혼다 타일랜드에서 세 차례(2015·2017·2019년) 우승했다. 2019년 이후 4년 9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한 그는 올해 여자 골프 최다 우승 상금인 200만 달러(약 26억 원)를 거머쥐었다.

이날 양희영은 공동 선두로 출발한 하타오카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다. 전반을 하타오카에 1타 뒤진 채 마친 그는 13번 홀(파4) 이글로 분위기를 바꿨다. 80야드를 남기고 58도 웨지로 친 두 번째 샷이 백스핀을 먹고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 샷 이글로 양희영은 단숨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하타오카가 14번 홀(파5) 버디 뒤 16번 홀(파3) 보기로 주춤하는 사이 17번·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메인 스폰서였던 우리금융그룹과 지난해 말 계약이 끝나 미소 모양의 수를 놓은 ‘민무늬 모자’를 쓰고 나온 양희영은 “올해는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는데 모자를 공백으로 두고 싶지 않아서 미소 모양을 수로 놓았다”며 “‘최근 팔꿈치 부상으로 고통을 겪었고 선수 생활도 많이 남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양희영은 한동안 취미로 하던 암벽 등반이 무리가 돼 왼쪽 팔꿈치에 ‘테니스 엘보(팔꿈치 염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번에는 위기가 왔을 때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차근차근 해나갔더니 우승이 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결코 포기하지 말고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최종전이 막을 내리면서 각종 타이틀의 주인공도 결정됐다. 올 시즌 메이저 2승을 포함해 4승을 올리며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릴리아 부(미국)가 4위(21언더파)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생애 첫 상금왕과 함께 올해의 선수가 됐다. 김효주는 공동 13위(14언더파)로 마쳐 5위(20언더파)에 오른 아타야 티띠꾼(태국)에게 베어트로피(최소타수상)를 내줬다.

김아림이 공동 16위(13언더파), 김세영이 최혜진과 함께 공동 23위(12언더파)다. 올 시즌 신인상을 받은 유해란은 공동 36위(9언더파)로 마쳤다. 양희영을 포함해 고진영(2승)과 유해란, 김효주까지 시즌 5승을 합작한 LPGA 투어 한국 군단은 지난해 4승에서 올해 1승을 더 추가하며 바닥을 찍고 반등 채비를 하는 모습이다.


정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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