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하 특금법)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불수리 사유를 추가한다. 그간 VASP 신고 수리가 연기, 불수리되는 일이 잦아지며 업계의 불만이 커지자 법적 명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신규 VASP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VASP 신고 불수리 사유를 추가하는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특금법 제7조 제3항의 불수리 요건에 금융거래질서 확립, 자금세탁행위·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방지, 이용자 보호 등에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이는 경우 등이 추가된다. VASP가 의무를 위반했을 때의 제재 근거도 마련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고를 수리할 때 조건을 달고 이를 어기면 신고를 취소하는 부관(일종의 약관)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특금법에 따르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와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경우 △대표자·임원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 VASP 신고가 불수리될 수 있다.
업계는 금융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VASP 불수리 사유를 추가,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의도라고 추측했다.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한빗코는 지난 6월 광주은행에서 실명 계좌를 발급받아 원화마켓 거래소로 전환하기 위한 VASP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이달 불수리됐다. 한빗코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고객확인의무(KYC)와 트래블룰을 위반해 지난달 약 20억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시 FIU 관계자는 “특금법상 요건 말고도 사업자가 충분한 자금세탁 방지 역량을 갖췄는지, 가상자산 시장 거래 질서 저해 소지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특금법에 규정된 사유 말고도 자금세탁방지 등의 불수리 요건을 마련해 사업상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고팍스도 지난 3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등기임원을 바꾸기 위한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특금법 상 신고 수리 검토 기간(45일)을 넘기며 수리가 지연됐다.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상품 고파이 투자자들은 “FIU는 불수리 사유가 없는데도 법률적 근거 없이 (VASP 변경 신고) 수리를 미뤘다”며 FIU에 질의서를 제출했다.
불수리 요건이 추가되면 법적 명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오훈 차앤권 변호사는 “사업에 있어 법적 명확성도 필요하지만 불수리 요건이 지금보다 엄격해지면 (VASP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단 디케일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특히 VASP 신고 수리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는 거래소·수탁업은 불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불수리 요건이 추가되면 신경 써야 할 요건이 많아져 (거래소 입장에선) 발목이 잡힐 수 있다”며 “특히 여력이 안 돼 폐업 위기에 처한 코인마켓 거래소는 더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최근 VASP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VASP 신고 심사를 강화하고 이용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을 때 제재 근거를 마련, 미영업 사업자를 정리하는 방향으로 특금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또 VASP가 사업을 중단하기 최소 한 달 전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금융위의 VASP 직권 말소 전까지 특금법상 이용자 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지침도 이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