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제가 참여했던 사업이 (취업) 실적이 저조해서 사라지는 건가요. (여는 일자리 사업처럼) ‘취업 안 됐네’ ‘그럼 의미 없네’라는 식으로만 판단한 거 아닌가요."
올해 고용노동부의 5개월짜리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했던 임지영(31)씨는 21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최근 국회에서 이 사업에 대한 내년 예산의 전액 삭감안이 의결됐다고 하자 이렇게 되물었다. 이 사업과 ‘일 경험 지원 사업’을 합친 고용부의 청년 사업 예산 삭감 규모는 2382억원이다.
임 씨는 청년도전지원사업 참여 전 코로나 후유증으로 심해진 아토피 탓에 집에만 있었다. 그는 그 때 자신을 “물에 잠겨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고용부 사업은 청년들에게 ‘집 밖으로 나갈 용기’와 같았다. 사업은 취업 실패, 대인관계 기피, 자신감 부족 등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돕는 게 목표다.
임씨는 5개월의 사업 참여 기간을 “나라(정부)가 나를 생각해주는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첫 달은 처음 만나는 사업 참여 청년들과 고민을 나누고 함께 공모전을 치렀다. 둘째 달은 자서전을 쓰고 면접 사진도 촬영했다. ‘내가 정말 취업을 할 수 있을까’란 불안감을 이기게 한 경험은 석 달째 이준의 영화감독과 만남이었다. 영화 현장의 생생함을 들려준 이 감독은 그를 다시 배우의 꿈을 꾸게 했다. 임씨는 이후 영상 제작도 배우고 리사이클 제품업체, 축구단, 제약회사, 케이크제작업체, 측정 장비업체 등 다양한 곳의 사람을 만났다.
이 사업이 청년에게 다양한 만남과 체험으로 설계된 이유는 청년 스스로 만족할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 게 ‘진짜 일자리 대책’이라는 고용부의 판단 때문이다. 여느 일자리 정책처럼 취업률이 아니라 이수율을 사업 성과지표로 삼은 배경이다. ‘단순히 쉬었다’는 청년은 올해 약 40만명에 이른다. 작년 한 민간기업 설문에 따르면 이런 쉬었음 청년 10명 중 7명은 직장 경험이 있었다. 기성세대처럼 원하지 않는 직장을 참지 않고 직장을 빨리 그만두거나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세태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사업 예산 삭감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일자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만일 국회가 이대로 예산안을 확정하면, 두 사업은 내년 폐지될 상황이다. 올해 사업 신청 마감으로 참여하지 못한 약 2만 명의 청년은 지원 기회도 못 얻는다.
임씨는 지금 하고 싶은 일로 벅차다. 가구업체 훈련생으로 일하면서 한 청년지원센터의 공연 지원에 참여했고 인천시 지원으로 청년들과 책도 썼다. 임씨는 고용부가 9월 개최한 청년도전지원사업 공모전에서 “방치됐던 내가 ‘청년 보충 수업’을 5개월 간 들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당시 10편의 수상작은 어려운 가정 형편, 취업난으로 힘들어했던 청년들의 극복기였다. 임씨는 “정부가 취업을 지원 하려면 우선 청년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최근 “예산 삭감은 참여를 기다렸던 청년에게 크나큰 좌절감을 준다”며 국회에 예산 재검토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