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양국 간 첫 번째 통화스와프 계약을 70억 달러(약 9조 300억 원) 규모로 체결했다. 최근 들어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 양국 관계의 단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양국 중앙은행은 20일(현지 시간) 각각 성명을 내고 중국과 사우디가 3년 기간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최대 500억 위안(69억 7000만 달러)이며 사우디 통화로 환산 시 260억 리얄이다. 계약은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은) 양국 간 금융 협력, 무역, 투자를 촉진하고 현지 통화 사용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중국과 사우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먼저 중국의 경우 미국의 달러 패권에 대항하기 위해 위안화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금까지 최소 40개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은 사우디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인 만큼 통화스와프 체결 시 양국의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중국은 사우디에서 650억 달러어치의 원유를 수입했으며 이는 사우디 전체 대중 수출액 중 83%에 달하는 금액이다.
SCMP는 “사우디로서도 ‘비전 2030’에 필요한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중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비전 2030은 에너지에 집중된 사우디의 경제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양국은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 방문에서 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협정에 서명하는 등 협력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
다만 프랭클린템플턴 소속 샤리프 에이드 통화 매니저는 블룸버그통신에 사우디가 ‘페트로 달러’ 체제를 채택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것이 곧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1973년 미국과 맺은 합의에 따라 원유를 달러로만 거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