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011200)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산업은행이 새 주인이 될 인수 기업의 현금 빼가기를 막기 위해 HMM의 배당 규모를 1년에 5000억 원으로 제한했다. 수조 원대 인수 금융(대출)을 통해 HMM 인수 계획을 짜고 있는 하림과 동원그룹 입장에서는 HMM 인수 후 배당 수익이 줄어 자금 조달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HMM의 배당을 3년간 1조 5000억 원으로 하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서를 인수 후보자들에게 제시했다. HMM 배당 규모가 1년에 5000억 원을 넘을 수 없는 셈이다. 이와 함께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HMM 지분을 인수 기업에 우선 팔겠다는 부분은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보유하고 있는 전환사채(CB)에 대해 △2024년 5월 1000억 원 △2024년 6월 2000억 원 △2024년 10월 6600억 원 △2025년 4월 7200억 원 등의 순으로 주식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양 기관의 영구채가 모두 주식으로 바뀌면 HMM 인수 후보자가 이번 매각 물량(3억 9879만 주)을 사들여도 지분율이 38.9%에 그친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자금 부담에 HMM이 유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 후보자들은 HMM이 보유한 막대한 현금(11조 5974억 원)을 인수 뒤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배당 제한 탓에 대규모 인수 금융을 쓸 수 있는 길이 막혔다.
실제 HMM 인수 기업이 확보할 지분(38.9%) 기준으로 5000억 원을 배당하면 손에 들어오는 자금은 약 1900억 원에 그친다. 최근 인수 금융 금리가 연 7~8%임을 고려하면 금융권에서 2조 원을 조달할 경우 이자만 1년에 1400억~1600억 원에 달한다. 3조 원을 빌리면 이자만 2000억 원으로 배당액을 훌쩍 뛰어넘는다. 배당으로 원리금을 갚아나가려는 계획이 어그러지는 셈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이 제시한 조건대로라면 2조 원을 넘는 인수 금융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추가 전환 지분에 대한 인수 우선권도 안 준다는 부분을 고려하면 (산은이 HMM을) 사실상 안 팔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평했다.
주요 인수 후보들도 주주 간 계약서를 받아본 뒤 인수 의지가 상당 부분 약해졌다는 후문이다. 특히 HMM의 주가가 부담이다. HMM은 이날도 주가가 1.13% 올라 1만 609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11조 866억 원으로 재차 11조 원 선을 돌파했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HMM 매각 시 기업가치를 위주로 평가해서 팔 수 있지만 국회나 언론에서 제기되는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에 대기업들이 다시 한 번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 측이 무리할 이유는 적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