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쇄신을 이끄는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비명계 대표 주자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만났다. 이 의원이 다음 달 초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내년 총선을 겨냥해 외부 주자들을 영입하려는 여당의 ‘빅텐트’ 전략 실행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원은 이날 대전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여당 혁신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강연을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 있을지 나갈지 12월 초까지 말씀드리겠다”며 “만약 나온다면 그다음 선택은 저의 정치적 꿈을 펼치고, 도와주고 지지해주신 분들이 동의하는 선에서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과의 결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탈당 후 합류할 진영 선택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향후 혁신위를 넘어 여당 지도부 측과 접촉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경계의 담벼락이 있는 것을 싫어한다”며 “평소에도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 발제하고 토론하고 싶었다. 누구든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려고 한다”며 실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당의 쇄신 기구가 야권 인사에 도움을 청했다는 게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일종의 ‘러브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의원 스스로도 언론 인터뷰에서 “내 정치적 꿈을 펼칠 곳으로 적합하고, 나를 반긴다면 간다”며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 의원의 합류 가능성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슈퍼 빅텐트론’과 맞물려 총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앞서 시대전환 소속이던 조정훈 의원의 합류에 이어 야권 성향의 이 의원과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과의 연대를 통해 중도 확장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혁신위는 이 의원과 접촉하는 등 인재 영입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인 위원장은 “김 대표는 당 안에서 잡음이 많은 분들에 대해서도 영입해 역할을 주자고 최근 만날 때도 말씀하셨다”며 “저도 그런 스탠스를 갖고 있는데, 김 대표도 그 점에 있어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합류 가능성을 두고는 “대북에 관한 생각도 같고 다양성에 있어 우리에게 큰 보탬이 되는 분이라 생각되지만, 본인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오시면 환영하지만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당초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신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신당 한계론’을 언급하면서 거리 두기에 나서왔다. 인 위원장은 “저는 아직까지도 이 전 대표가 큰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고, 아직 포기하지 않는다”며 “신당에 대해서는 본인과 우리에게 서로 좋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