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여러 대의 로봇이 협동해 스스로 제품을 조립할 수 있는 자율 제품조립 로봇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 무인 자율 제품조립 공장을 구축하여 생산성 향상과 중소·중견기업의 산업 디지털전환 대응 등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제품조립 분야에 최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활용해 다관절 로봇(로봇 팔)이 제품조립에 요구되는 인지, 판단, 계획, 동작을 스스로 수행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크게 △인지지능 △동작지능 △작업지능 △모션지능 등이다. 먼저, 인지지능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 카메라를 이용해 작업대와 부품 상자에 무작위로 놓인 부품과 조립 중인 반제품의 위치와 방향을 로봇이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지능이다. 아울러, 동작지능은 부품과 반제품을 잘 잡고 세밀하게 조작할 수 있는 심층강화학습 지능이다. 그리고 끼우기, 넣기, 조이기 등 임의의 상황에 맞는 조립 작업의 순서와 파라미터를 스스로 계획하는 작업지능을 개발했다.
또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로봇 팔이 부품, 반제품, 주위 장비 및 설치물과 충돌 없이 움직이도록 가상 공간에서 고속으로 시뮬레이션하여 최적의 궤적을 찾아내는 모션지능도 개발했다.
ETRI가 개발한 자율 제품조립 로봇 인공지능 기술은 △4개 부품의 강제 끼우기(snap-fit) △구멍 넣기(peg-in-hole) △나사 조이기(screw-fit) 같은 세 가지 방식으로 조립되는 자동차 서스펜션 제품 제작에 적용됐다. 성능은 로봇 두 대가 협동해 조립용 지그 설치 없이 90% 이상 성공하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조립 도중 오류가 발생하면 이상상황을 감지해 스스로 실패를 복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수준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무인 시스템 자율도 8레벨 수준에 도달한 세계 최초의 자율 제품조립 기술이다.
이와 함께 ETRI는 상용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학습 데이터 자동 생성 및 학습 모델 훈련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도구와 함께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개발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학습된 지능과 기존 로봇 자동 제어 기술을 용도에 맞게 조합하고 유연하게 구성함으로써 기업들이 원하는 제품의 자율 조립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
ETRI는 로봇 자율 제품조립 지능 프레임워크 개발 및 서울대, 광주과학기술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요소기술을 바탕으로 10여 건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 및 등록과 함께 국제 학술지 등에 7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로봇 관련 우수 국제학술대회인 국제로봇자동화학술대회(ICRA) 자율물품정리경신대회(OCRTOC)에 참가해 상위 입상한 바 있다.
연구진은 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 내 3D 프린터를 이용한 부품 제작, 제작된 부품의 자동 공급부터 완제품 조립까지 가능한 실환경 로봇 자율제조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기술의 완성도를 제고하는 등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ETRI 연구진은 향후 비교적 단순한 형태 및 적당한 크기의 기계제품 조립에 적용된 현재 성능 수준을 더욱 높여 작은 크기 복잡한 형태의 제품이나 전선 연결 등 미세한 조작이 요구하는 제품까지 자율 조립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ETRI 이일우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장은 “이번 기술은 기술 선도국과 기술격차를 줄이고 제조업 디지털 전환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현장의 중소·중견 제조 기업과 협력해 기술의 완성도 제고와 현장 적용 및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ETRI 사업화유망기술 설명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기술사업화 페스티벌 등 다양한 기술설명회와 로보월드 등 전시회를 통해 기술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