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올림픽 선물 로비 의혹에 "대답못해" 수십번 반복한 日지사

이시카와현 지사 강연서 '도쿄유치' 관련

"기밀비로 IOC위원에 선물 돌렸다' 발언

논란속 철회불구 'IOC 윤리 위반' 후폭풍

현 예산 기자회견서 '답변 삼간다' 되풀이

하세 히로시 일본 이시카와현 지사/EPA 연합뉴스하세 히로시 일본 이시카와현 지사/EPA 연합뉴스




“그 질문에는 일절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22일 일본 이시카와현의 현청(縣廳). 약 1시간에 걸친 현 예산 관련 기자회견에서 하세 히로시 이시카와현 지사는 40회 이상 ‘답변하지 않겠다’, ‘언급을 삼가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날 기자들의 질문이 예산이 아닌, 2021년 도쿄올림픽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선물 로비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2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하세 지사는 지난 17일 도쿄에서 열린 스포츠 진흥 포럼 행사에서 올림픽 유치전이 한창이던 2013년 투표권을 가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1인당 20만엔(약 173만 원) 상당의 고액 앨범을 선물로 전달했다고 발언했다. 당시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올림픽 유치추진본부장을 맡았던 하세 지사는 이날 “기밀비로 100여 명의 IOC 위원의 선수 시절 사진을 담은 20만 엔짜리 앨범을 만들어 세계를 돌면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베 신조 당시 총리에게서 ‘꼭 쟁취하라, 돈은 얼마든지 대겠다. 관방 기밀비도 있으니까’라는 통보를 받았다”고도 말했다. 참석자들에게 ‘메모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지만, 이 행사는 전국 지자체 관계자 약 90여 명은 물론, 기자들에게도 출입이 허용됐던 만큼 그의 발언은 일파만파 퍼졌다. 지사가 당일 바로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지만, 최근 일본 검찰이 올림픽 사업과 관련한 담합 의혹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터라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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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윤리 규정상 입후보 도시와 관련된 사람들은 올림픽 관계자에게 그 어떤 물품도 건넬 수 없다. 과거 선물 상한선이 200달러로 정해져 있던 때도 있었으나 주요 도시들의 편법 로비가 문제가 돼 1999년 ‘선물 전면 금지’와 입후보 도시에 대한 IOC 위원 방문을 금지 규정을 신설했다. 앞서 199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일본 나가노시(市)가 당시 IOC 위원장에게 시가 200만 엔 상당의 그림 등을 선물하고, 위원들의 가족을 나가노로 초청, 호화 접대에 나서 비판을 받았다. 2002년 동계 올림픽 유치 때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측과 IOC 위원 간 부정한 금품 수수가 발각되기도 했다.

‘관방 기밀비’라고 언급한 내각 관방 보상비는 내각관방 장관의 판단으로 지출할 수 있는 자금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아무리 나라의 일이라고 해도 불법 행위를 위해 기밀비를 사용한 것이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하세 지사가 발언을 철회했지만, 그의 의정활동을 기록한 개인 블로그에는 2013년 4월 1일 ‘추억의 앨범 작전’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고, 이후에도 관련 사업자 및 IOC 위원과의 면담 일정 등도 남아 있다. 지사는 ‘(지사 직의) 사임 의사가 있느냐’는 현지 지역 언론의 취재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한편, 토마스 바흐 IOC 회장은 문제가 된 2013년 투표권을 지닌 IOC 위원이었다. 그는 일본의 ‘고가 앨범 선물’에 대한 질문에 “그런 발언이 있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코멘트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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