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수색동과 역촌동, 응암동 일대 다가구주택에서 전세사기 의심 사례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3일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다가구주택 1채가 경매에 넘겨지면서 이 건물 세입자 16명 중 14명이 집주인 부부인 전 모 씨와 김 모 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아직 고소를 진행하지 않은 피해자 2명과 전 씨 부부가 소유한 수색동, 역촌동 소재 다가구주택 세입자 24명도 현재 고소를 준비 중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모두 40명에 이른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전 씨 부부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면서 세입자들에게 다가구주택의 공시지가와 선순위 임차 보증금 액수를 속였다. 이들 부부가 소유한 응암동 다가구주택의 공시지가는 토지와 건물을 합쳐 모두 13억 원에 불과했지만 집주인 부부는 이를 15~16억 원 정도라고 부풀리고, 선순위 임차 보증금은 11억 원에 달했으나 이를 약 7억 원으로 낮춰 소개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당시 전 씨 부부의 응암동 다가구주택에 설정된 채권최고액이 5억 2000만 원 가량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건물의 공동저당금액은 약 16억 원으로 공시지가(13억 원)보다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빚이 건물 가치보다 더 큰 상황이라 전 씨 부부가 건물을 매각하더라도 세입자들에게 임차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는 의미다.
통상 건물 공동저당금액이 건물과 토지 공시지가 합계액보다 높으면, 건물 가치보다 빚이 더 많다는 의미여서 세입자들이 계약을 꺼린다. 이에 전 씨 부부는 세입자들에게 공동저당금과 공시지가를 속이는 방식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으나, 결국 임차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피해자 A씨는 전 씨 부부의 거짓말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점에 대해 “선순위 임차 보증금의 정확한 액수를 확인하려면, 해당 건물 내 모든 세대의 ‘확정일자 부여현황 자료’를 받아봐야 하는데,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기 전에는 집주인의 동의 없이 이 서류를 받아볼 수 없다”면서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에야 전체 임대차 현황에 대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어서 뒤늦게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씨 부부가 은평구 일대에 소유한 건물 3채는 전 씨가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함에 따라 모두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해당 건물을 소유한 임대인은 전 씨 였으나, 그의 아내인 김 씨가 실질적으로 건물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고소장을 14건을 받아 수사를 시작했다”면서 “고소장을 토대로 관계자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