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총선에서 반(反)이민, 반이슬람, 반유럽연합(EU) 성향의 자유당(PVV)이 1당에 올라섰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는 승리 연설에서 “망명과 이민 ‘쓰나미’를 끝내겠다”며 승리의 원동력으로 꼽히는 극우 색채를 드러냈다. 극우 정당들이 반이민 정서에 올라타 득세하는 유럽의 추세가 네덜란드에서도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총선 개표결과에 따르면 자유당은 하원 150석 가운데 가장 많은 37석을 확보했다. 좌파 성향의 녹색당·노동당 연합은 25석,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은 24석으로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자유당은 여론조사에서 줄곧 4위권에 머물렀지만 20일 공개된 조사에서 집권 자유민주당과 공동 1위에 올랐고, 결국 실제 선거에서 현재(16석)의 두 배를 웃도는 의석을 얻는 역전극을 펼쳤다. 빌더르스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결과가 놀라워) 내 팔을 꼬집었다”며 “유권자들이 ‘우리는 (기존의 정책에) 질렸다’고 말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자유당의 승리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빌더르스 대표는 주택 부족 문제를 망명 신청자 탓으로 돌리며 반이민 정서의 물결을 이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집권 연정이 마르크 뤼터 총리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붕괴된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는 이민, 주거 문제, 친환경 정책 등이 쟁점이 됐다. 자유당은 망명 허용 중단, EU 탈퇴 국민투표 추진 등의 정책들을 제안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코란(이슬람 경전) 및 이슬람 사원 이용 금지를 주장해 살해 협박을 받았을 정도로 반이슬람 성향도 짙다.
다시금 확인된 극우 정당의 돌풍에 유럽의 극우 정치인들은 반색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의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이 자유당의 승리를 축하했다. 최근 선거를 치른 이탈리아·스위스·핀란드 등 유럽 주요국에서는 우파 정당들의 승리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원내 정당만 십수 곳인 네덜란드의 정치 지형상 자유당의 하원 과반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립 정부 구성이 필수인데 자유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이 연정 참여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