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고객 80%가 2030…전통주 성장 이제 시작"

주봉석 한국술보틀숍 대표

더 기발한 콘셉트·합리적 가격 등

제조업자도 활성화에 더 노력해야

코로나후 통신판매 허용이 기폭제

MZ세대 오프라인 유통 요구 늘어

정부 '전통술 육성' 정책지원 필요

주봉석 대표가 서울 홍대 앞 젊음의 거리에 있는 한국술보틀숍 매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주봉석 대표가 서울 홍대 앞 젊음의 거리에 있는 한국술보틀숍 매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를 만나기 전에는 그래도 전통주 메인 고객은 40~50대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현실을 보니 고객의 80%가 20~30대입니다.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누가 전통주를 마시고 싶어 하는지, 어떤 전통주를 원하는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가 더 확실해졌습니다.”



서울 홍대 앞 젊음의 거리 인근에서 우리 농산물로 빚은 전통주와 민속주만 취급하는 판매점 ‘한국술보틀숍’을 운영하는 주봉석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전통주 시장을 더 활성화하려면 양조장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전통주를 찾는 2030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며 “더 예쁜 패키지와 더 기발한 콘셉트, 더 합리적인 가격의 전통주를 선보이기 위해 전통주 제조업자들도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게 대표로서 매출 신장에만 집중해도 부족한 시간에 ‘전통주 활성화’까지 고민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우리 술 생산자들의 협회인 한국전통민속주협회 사무국장이기도 해서다.

문화 콘텐츠 개발 및 공연기획자로 약 18년간 커리어를 쌓아왔던 주 대표는 2014년 전통·민속주 명인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협회의 시작부터 함께하고 있다.




협회에서 전통주 부흥을 위한 각종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던 그가 전통주 전문 보틀숍을 직접 개업한 건 2021년 4월이다. 주 대표는 “당시 전통주 유통 활성화를 위한 정부 사업을 진행하며 술집과 주점을 많이 다녔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가게가 전통주를 취급하기 시작한 것을 알게 됐다”며 “구매력 높은 2030 젊은 손님들이 찾으니 가게들이 제품을 갖춰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떠올렸다. 한때 막걸리 열풍이 불기는 했지만 소주·맥주의 아성을 넘지 못한 채 와인·위스키에도 밀린 ‘만년 유망주’ 전통주가 2030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 건 코로나19 팬데믹 덕분이었다. 감염병 예방 조치로 주점의 영업 제한이 강화되자 MZ세대가 술을 사서 집에서 즐기기 시작했다. 그는 “주로 온라인에서 정보를 취득하는 MZ세대들이 뭐 더 맛있고 재밌는 술이 없나 찾다 보니 전통주를 발견하게 된 것”이라며 “특히 2016년부터 우리 농산물로 빚은 전통주와 지역 특산주에 한해 온라인 통신판매를 가능하도록 한 정책이 기폭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통주 업계에서 늘 고민하던 것이 미래 고객을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였는데 온라인 통신판매를 통해 우리가 그토록 바랐던 젊은 고객, 미래 고객이 제 발로 걸어들어오기 시작한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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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전문점 같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대한 요구도 늘었다. 실제로 전통주 보틀숍은 전국 곳곳에 빠르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소비자를 최전선에서 만나는 유통 채널인 만큼 협회 차원의 도움을 주기 위해 직접 돌아다녀 봤는데, 문득 내가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장도 더 이해하고 성장도 꾀하고요.”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전통주 시장의 성장과 함께 가게도 번성했다. 오픈 당시 150종으로 시작했던 술은 어느새 340종까지 늘었고 그의 가게에는 일반 고객뿐 아니라 새로운 메뉴를 고민하는 외식업 관계자, 한국 술의 수출을 기획하는 바이어, K컬처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두루 오간다. 주 대표는 보틀숍이 전통주 성장에 중요한 유통 채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협회 산하로 보틀숍협의회를 꾸려 조만간 출범할 계획도 세웠다. 그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예산을 들여 전통주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보틀숍 하나하나가 전통주 갤러리의 기능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이런 긍정적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아직은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당부도 전했다. 최근 주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전통주에만 허용하는 온라인 판매를 일반 주류에도 허용해달라는 요구 등이 있지만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일본 사케나 프랑스 와인의 자국 시장점유율이 10%를 웃도는 데 반해 우리 술은 최근 아무리 가파르게 성장했다 해도 아직 1.6% 수준입니다. 국민 100명 중 한두 명만이 전통주를 경험해본 셈인데 아직 혼자 걷기에는 무리인 셈이죠. 우리 술은 우리 농산물로 생산한다는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자국 농업을 보호한다는 의미에서라도 전통주가 제 발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정부가 관심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글·사진=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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