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도 종합감기약 등 안전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을 추진한다. 다만 보건복지부를 포함해 약사 사회는 의약품은 편의성보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기부는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편의점, 숙박업소, 정육점 등과 관련된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소상공인 골목규제 뽀개기(규제뽀개기 4탄)'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부터 국민들이 직접 규제개선 토론에 참여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역대 최다 인원인 국민판정단 150여명이 참여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감기약이나 소화제, 해열진통제, 파스 등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는 24시간 연중무휴 점포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시골 등 24시간 연중무휴 점포가 없는 지역에서는 안전상비약을 살 수 없어 국민 불편이 컸다. 도시 지역도 최저임금과 전기료 인상 등의 여파로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눈에 띄게 줄고 있어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민판정단 중 131명은 이 안건에 대해 찬성을, 13명은 반대 의견을 표해 중기부는 규제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담당 부처인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인데다, 약사 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최헌수 대한약사회 대외협력실장은 “의약품 취급은 편의성보다 안전성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애초에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팔 수 있도록 한 것도 밤에 약국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밤에 의약품을 사기 힘들다면 공공심야 약국을 강화하고, 벽오지에서 의약품을 구하기 어렵다면 벽오지 약국에 대한 지원과 정책을 시행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기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소상공인의 심정으로 영업장 운영에 부담이 되는 불합리한 골목 규제는 반드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행사에 참석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소상공인의 혁신을 가로막고 생존을 위협하는 '규제를 위한 규제'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개혁할 수 있도록 중기부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규재 뽀개기 행사에서는 식육가공품(곰탕, 소시지 등) 제조・판매하기 위해서는 영업장 면적이 26.4㎡ 이상이어야 하는 규제, 숙박업소나 헬스장 등은 매달 설치한 TV 대수만큼 수신료를 내야하는 문제도 개선 과제로 확정됐다. 정경재 숙박업중앙회장은 “숙박업소는 각 방에 설치된 TV마다 전부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방이 30개 있는 모텔은 수신료로 매달 7만5000원이 나가는 셈"이라며 "설치 대수에 따라 수신료 구간을 도입하거나, 사업체별로 1대 수신료만 징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