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희망자들의 명의로 최신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장물업자를 통해 이를 국외로 반출해 온 불법 사금융 범죄조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23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 사이 내구제대출을 취급해온 불법사금융 범죄조직원 57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폰테크' 또는 '휴대폰깡'으로 불리는 내구제대출은 온라인 광고 등으로 대출 희망자를 모집한 뒤, 최신형 고가 휴대전화를 할부구매하는 조건으로 이동통신사를 통해 신규 개통하게 하는 수법이다. 이들은 대출희망자에게 휴대전화 단말기만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융통한다.
피의자 남성 A(28)씨는 2022년 6월께 경북 구미와 대구 지역에 유통업체 8곳을 개설한 뒤 여러 곳의 온라인 대출 플랫폼에 대출 광고를 게재했다. 이후 대출 희망자들이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오면 콜센터 상담원들을 통해 대출 희망자들의 개인정보를 취득했다.
그는 미리 개설해 둔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이동통신사 전산망에 접속해 휴대전화 개통 가능 대수와 금액을 파악한 뒤, 대출 희망자들 명의로 대당 130만~250만 원 상당의 최신 휴대전화를 2~3년 약정으로 개통했다. 이후 대출 희망자들에게는 기종에 따라 40만~100만 원을 지급하고, 휴대전화 단말기는 장물업자에게 판매했다.
A씨는 과거 내구제대출업체에서 직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동창과 지인 등을 포섭해 범행을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범행을 위해 유통업체 8곳, 이동전화 판매점 2곳, 콜센터 2곳, 합숙소 1곳을 각각 개설했다. 또한 실장을 통해 상담원 4명, 배송기사 15명을 모집·교육시킨 뒤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조직이 개통한 휴대전화는 총 461회선으로, 전부 장물업자를 통해 국외로 반출됐다. 피해 명의자는 29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A씨에 의해 개통된 휴대전화 단말기들은 갤럭시 Z플립·Z폴더, 아이폰 14프로맥스·14프로 등 최신 기종으로, 피해 금액은 당시 시가 기준 8억4000만 원 상당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를 통해 휴대전화를 개통한 대부분의 명의자들은 약정에 따른 할부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4월 발생한 ‘강남 마약음료 사건’과 여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된 불법유심(대포폰)의 개통·유통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A씨 등 내구제대출 조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파악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내구제 대출은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서는 대출이 곤란한 사람들의 명의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불법사금융 범죄수법"이라며 "휴대전화 단말기는 해외로 반출되어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행에 악용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