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드

"조달금리만큼 대출이자 못올려" 카드사 '속앓이'

◆8개社 3분기 누적순익 12% '뚝'

평균 조달금리 0.49%P 오를 때

현금서비스는 0.06% 올라

리볼빙 수수료율은 소폭 상승 그쳐

법정금리 제한·상생 압박에 부담





신용카드사의 조달금리가 급등하고 있지만 대출 상품 금리는 이를 오롯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의 실적이 올해 들어 더 악화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카드 업계에서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제한돼 있는 데다 최근 금융사들에 대한 상생 요구가 거세지면서 대출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리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등 전업 카드사 7곳의 평균 조달금리는 연 4.91%를 기록했다. 조달금리 공시가 처음 공개된 올해 7월 말(4.42%)보다 0.4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롯데카드의 조달금리가 5.22%로 가장 높았으며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신한카드가 4.82%로 가장 낮았다.



반면 같은 기간 신용카드사들이 실행한 장단기 대출 평균 금리는 거의 오르지 않았거나 조달금리 상승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로 7개 전업카드사가 올 7월 말 실행한 현금서비스(단기 대출) 금리는 연 17.69%였지만 지난달에는 17.75%로 오히려 0.06%포인트 상승했다. 카드론(장기 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14.03%에서 14.31%로 0.2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쳐 조달금리 상승분(0.49%포인트)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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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를 피하기 위해 카드값 일부만 갚으면 나머지 금액을 다음 결제 대상으로 연장해 주는 ‘결제성 리볼빙’의 수수료율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7월 말 기준 리볼빙 수수료율은 16.56%였지만 10월 말에는 16.71%로 0.15%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사들이 조달금리 상승분을 대출금리에 완전하게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카드 업계에서는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제한돼 있어 현재 금리도 은행 등과 비교하면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사회 인식과 중저신용자에 대한 이자 부담 완화 등 ‘상생 금융’ 분위기가 확산된 영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는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조달금리가 상승하더라도 대출금리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차주들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한 면이 있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올해 실적 악화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올들어 카드사 실적은 금리가 급등했던 지난해보다 더 악화됐다. BC카드를 포함한 8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 78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 3530억 원)보다 11.7% 감소했다. 카드사의 영업수익 구조는 크게 신용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과 카드론 등 대출을 실행한 뒤 얻는 이자 수익으로 나뉘며 비중은 엇비슷하거나 이자 수익이 더 큰 편이다.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대부분 카드사의 이자 수익이 늘어났지만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카드사의 실적 부진이 발생한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 실적 악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지난해보다 수수료 수익도 늘었고 금리 상승으로 이자 수익도 늘어났지만 이자비용이나 수수료 비용이 훨씬 더 크게 늘어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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