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입법은 뒷전, 인기만 쫓아 환멸” 美 하원 ‘은퇴 러시’

이달만 12명 은퇴…12년 만에 최대

의장 선출서 극심한 혼란

지지자만 바라보는 극단 정치도 염증

미국 워싱턴에 있는 의회 의사당의 모습. AP연합뉴스미국 워싱턴에 있는 의회 의사당의 모습. AP연합뉴스




“제가 하원 의원 일을 시작했을 때와는 환경이 다릅니다. 열심히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의원임에도 관객들에게) 공연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직업 연출자보다 더 (화려한) 공연자가 되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6선의 65세 미국 하원 의원 브래드 웬스트럽(공화당 소속, 오하이오)은 최근 재선 도전을 포기하며 이 같이 말했다. 국민을 위해 입법활동을 해야 하는 미국 하원이 본업은 뒤로 제쳐두고 연예인처럼 인기몰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2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치권의 행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이에 환멸을 느낀 하원 의원들의 은퇴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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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11월 들어 민주당, 공화당에서 각각 6명씩 총 12명의 의원이 차기 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월간 단위로는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다.

올해 초반 하원 의원직에서 은퇴한 사람은 대부분 상원 의원에 도전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은퇴 이유가 바뀌고 있다. 지난 10월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 의장(공화당)이 해임되고 차기 의장을 뽑는 과정에서 내홍을 겪으면서 의원들은 의회가 생산적인 장소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버팔로 공연예술센터를 이끌기 위해 내년 2월 초 하원을 떠나는 64세의 10선 의원 브라이언 히긴스(민주, 뉴욕)는 “(이 같은 의회의 나쁜 행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생산성이 낮은 일을 하는데 더 많은 내 시간을 쓰는 것은 내가 다음 10년동안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하원 공화당은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혼란을 보여줬다. 의원들끼리 서로를 비방하는 것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반대파 의원들을 차단하기도 했다. 짐 조던 법사위원장이 의장 후보로 올랐을 때는 반대표를 던진 일부 의원들에게 살해 위협과 전화 공세가 쏟아지기도 했다. WSJ은 “양당 의원 모두 온라인에서 관심을 끄려는 의원들의 욕망이 너무 강력해 심각한 입법적 노력이 종종 중단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퇴를 선언한 75세의 15선 의원 얼 블루메나우어(민주, 오레곤)는 “의회가 해야할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의원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그들은 대중의 관심과 모금을 받는 데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지자들만을 생각하는 극단의 정치행태도 의원들이 의원직을 내던지는 이유다. 지난 1일 은퇴를 선언한 64세의 켄 벅(공화, 콜로라도) 의원은 “너무 많은 공화당 리더들이 미국인에게 2020년 대선은 가짜이며 1월 6일 의회에 난입한 폭도들은 단순히 의회에 가이드 없는 투어를 온 것일 뿐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SJ은 “내년 1~2월 임시예산안의 만기가 돌아오면 더 많은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은퇴를 선언한 의원들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직을 유지해 당장 하원의 의석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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