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벌 연구개발(R&D)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전담기구를 만든다. 더불어 향후 3년 간 5조4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글로벌 R&D 분야에 투입하고 각종 제도 개선을 통해 국내 연구자들의 국제 공동연구와 해외 진출을 활성화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3차 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과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R&D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전략은 앞서 8월 R&D 예산 배분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발표한 ‘R&D 제도 혁신방안’의 후속조치다.
정부는 특히 선진국과의 공동 연구를 포함한 글로벌 R&D를 활성화해 반도체, 양자, 수소 같은 국가전략기술을 선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략 추진을 총괄할 ‘글로벌 R&D 특별위원회’를 과기자문회의 산하에 신설한다. 관계부처와 산·학·연 전문가가 모여 정책을 심의하고 대형 사업인 ‘플래그십 프로젝트’와 해외 전진기지 ‘전략거점센터’를 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클러스터(집적단지)인 미국 보스턴과 협력하는 ‘보스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항공·이차전지·로봇 등 전략기술 전반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미국 아르곤연구소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이 파트너로 검토된다. 또 신설될 전략거점센터는 지역별 R&D 지원업무를 전담한다.
정부는 이같은 지원을 위해 현재 정부 R&D의 1.6%인 글로벌 R&D 예산 비중을 6~7%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내년 1조8000억 원을 포함해 3년 간 5조4000억 원이 넘는 규모다. 정부는 또 상대국의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연구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연구자들에게 예산의 회계연도 이월을 허용하고 기간과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는 사업도 늘린다.
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은 실패 가능성이 크지만 성공 시 파급효과 역시 큰 도전적 연구에 대한 진흥책에 초점을 맞췄다. 도전적 연구에 대해서는 성패를 구분하는 평가등급이 폐지되고 동료평가 등으로 대체된다. 도전적 연구에 필요한 최신 시설과 장비 도입기간을 기존 120일에서 50일로 단축하고, 연구자가 받는 기술료 보상 비율을 기존 50%에서 60% 이상으로 높아진다. 정부는 ‘글로벌 수준 연구자’ 같은 핵심 연구자에게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개선해 과제 수주경쟁 없이도 인건비를 100% 보장하기로 했다. 또 도전적 R&D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패스트트랙에 올리거나 조사를 면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정부는 이번 방안·전략을 통해 2027년까지 글로벌 R&D 지표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세계 최고 국가 대비 90% 이상의 기술수준 분야를 3개에서 8개로 늘리는 것을 비롯해 피인용 상위 1% 논문 점유율을 3.87%에서 4.8%로 높인다. 아울러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수’를 65명에서 100명으로 확대하고, 네이처 인덱스 200위권 연구기관을 5개에서 10개로 늘린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유능한 인재들이 혁신적 R&D에 마음껏 도전해 세계적 연구자로 성장하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번 방안·전략은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기술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