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대론 만년 적자국 전락…"역직구 결제·인증 편의성 높여야"

■中 직구 폭증…초저가 공세에 적자 눈덩이

"10개 사서 2~3개 쓸만해도 성공"

알리 등서 싼값에 충동구매 급증

韓, K뷰티 인기 후 역직구 게걸음

원화 강세 땐 직구액 더 늘어나

"유통사 자체 경쟁력 회복이 우선"





서울 노원에 사는 직장인 박 모(27) 씨는 매일 자기 전 알리익스프레스를 훑는 습관이 생겼다. 그가 구매하는 물건은 사용하다 망가져도 부담이 없는 장난감이나 액세서리, 애완 고양이용 물건이 주를 이룬다. 박 씨는 “10개 구입하면 2~3개 정도 쓸 만한 물건이 오는데 이 정도만 성공해도 후회가 없다”며 “요즘 고물가로 부담이 너무 큰데 별 부담 없이 계속 주문하고 새 물건을 받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갑작스레 충동 구매를 하는 ‘쇼핑 중독’ 증상을 가진 사람에게는 알리가 제격”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해외직집구매(직구)와 해외직접판매(역직구)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5조 원을 넘기게 된 데는 중국 직구의 폭발적인 증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직구액은 4조 7928억 26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조 9800억 2400만 원 대비 20.4% 증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2조 2217억 원(46.4%)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미국이 1조 3928억 7900만 원(29.1%)으로 뒤를 이었다. 이 외에 유럽연합(EU)과 영국이 6504억 7300만 원(13.6%), 일본이 3449억 7400만 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2019년 전체에서 18.2%에 불과했던 중국 직구 비중은 2020년 20.1%, 2021년 26.1%, 2022년 27.9%, 2023년 3분기 현재 46.4%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3분기만 따로 떼놓고 보면 50.3%로 절반을 넘겼다.



이 같은 직구·역직구 수지 적자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원화가 약세인 가운데 기록한 실적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면 직구는 늘어난다. 바꿔 말하면 중국 직구의 폭증 외에도 적자 폭을 키울 수 있는 요인들이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EU·영국 등의 경우 현재 원화 약세로 구매처로서의 매력을 잃어 직구 국가별 점유율이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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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는 급증하는 반면 역직구는 게걸음을 하고 있다. 화장품 등 K뷰티 역직구 강국의 위상은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3분기 상품군별 온라인 해외직접판매액은 화장품 2904억 원,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 626억 원, 음반·비디오·악기 400억 원 순이다. 전년 동기 대비 화장품은 19.5% 증가했고 음반·비디오·악기는 9.2% 감소했다.

중국 직구의 푹풍 성장에는 알리와 테무 등의 초저가 전략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소 3분의 1에서 최대 10분의 1 가격에 제품을 내놓자 그동안 ‘짝퉁’ 이슈로 중국 직구에 나서지 않았던 구매자들이 ‘구매’를 클릭하기 시작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를 위한 플랫폼 환경을 개선한 것도 중국 직구 붐이 일게 된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웹 분석 서비스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의 이용자 수는 613만 명으로 582만 명인 G마켓을 제치고 2위 올라섰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의하면 전월 대비 쇼핑 앱 월간사용자수(MAU) 증가 1위는 57만 3900명 늘어난 테무였다.

국내 대형 물류 기업들이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알리·테무가 마케팅을 강화한 것도 있지만 CJ대한통운 등이 배송·반품 등 물류에서 알리에 큰 힘을 실어준 것이 사실”이라며 “중국 직구가 우리나라의 주요 유통 채널로 자리 잡게 하는 데 CJ대한통운이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직구·역직구 무역수지는 앞으로 더 악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직구 붐이 일자 홈쇼핑 업체 등도 직구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현재 메이저 홈쇼핑 4사 등과 e커머스 업체 일부 등이 직구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홈앤쇼핑은 내년부터 중국 직구 전용관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역직구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국발 물건이 품질이나 디자인이 많이 좋아진 데다 가격은 5분의 1 정도니까 배달이 오래 걸려도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메리트가 있다”며 “직구·역직구 적자 폭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유통사들도 자기 경쟁력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임지훈 기자·황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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