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상속세 개정요구 봇물…"상속세 최고세율 50%→30% 낮춰야"

■정책평가연구원·화우 공동 정책세미나

세계 최고 상속세율에 기업승계 불가능…성장동력 약화

2000년 최소세율 적용 50억 초과→30억 조정 후 제자리

가업상속 공제도 유명무실… 적용대상 모든 기업으로 확대

조세·준조세·규제 포함한 기업부담지수 개발·지표화 작업

방기선(왼쪽 여섯 번째) 국무조정실 실장 등이 28일 정책평가연구원과 법무법인 화우가 공동개최한 ‘경제재도약을 위한 기업부담 완화와 세재개혁’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책평가연구원방기선(왼쪽 여섯 번째) 국무조정실 실장 등이 28일 정책평가연구원과 법무법인 화우가 공동개최한 ‘경제재도약을 위한 기업부담 완화와 세재개혁’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책평가연구원




“상속세율 인하, 공제금액 확대, 가업상속공제 및 연부연납 확대, 불합리한 상증세 조항 폐지, 유산취득과세로 전환, 자본이득세 전환 등이 필요하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8일 서울 강남 아셈타워에서 열린 ‘경제 재도약을 위한 기업부담 완화와 세제개혁’ 공동 정책세미나에서 상속세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책평가연구원(PERI)과 법무법인 화우가 지난 9월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처음 개최한 정책 세미나는 그동안 지적됐던 상속세 문제를 총망라하는 자리였다.

상속세 체계는 2000년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구간을 50억 원 초과에서 30억 원 초과로 낮추고 적용 세율은 45%에서 50%로 높인 뒤 현재까지 변화가 없다. 더구나 2000년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인 30억 원을 2021년 가치로 추정하면 50억 원에 달하게 돼 사실상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 구간의 범위는 더 넓어진 형편이다. 현행 과세 표주 구간은 △1억 원 이하(10%) △1억 원 초과~5억 원 이하(20%) △5억 원 초과~10억 원 이하(30%) △10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40%) △30억 원 초과(50%) 등 5단계로 구분돼 있다. 이 같은 과세 체계를 조 실장은 세율 인하와 구간 축소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실장은 과세표준 10억 원 이하 구간에 세율 10%, 10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 구간에 20%, 30억 원 초과∼50억 원 이하 구간에 30% 등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방안 /자료=정책평가연구원상속세 과세체계 개편방안 /자료=정책평가연구원



조 실장은 최고 60%(최대주주 할증 적용시)의 세계 최고수준의 상속세율로 인해 기업승계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세계 1위 손톱깎이 업체 쓰리세븐과 콘돔 업체 유니더스가 적자기업으로 전락하거나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넘어간 사례를 언급했다. 실제 현행 한국의 상속세율은 미국·영국(40%)이나 일본(55%)보다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상속세율은 14.5%에 그친다. 조 실장은 "1972년 캐나다, 1977년 호주, 1992년 뉴질랜드, 2005년 스웨덴, 2014년 체코 등 상당수 국가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게 국제적 추세”라며 “높은 상속세는 저축을 감소시키고 투자 감소로 이어져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켜 저성장에 빠지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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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실장은 ‘높은 상속세’는 기업승계의 불가능과 함께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고 성장 동력을 약화시킨다고 재차 강조했다. 2021년 기준 상속세는전체 국세의 약2.1%를 차지하고 있다. 조세 수입과 부의 재분배에 기여하지 못하면서 경영 축소나 매각을 유도하고, 기업은 자산매각과 배당확대를 통해 상속세를 부담하는 처지로 기업의 성장동력 및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이다

유명무실한 가업 상속공제 문제점도 지적됐다. 현재 가업 상속공제는 매출액 5000억 원 미만 중견기업과 자산 5000억 원 이하 중소기업으로 가업영위기간 10년 이상으로 해당 기간중 50%이상 대표자가 종사하는 등의 요건을 갖춰야 대상이 된다. 공제되는 금액은 10년이상 300억 원, 20년 이상의 경우 400억 원은, 30년 이상은 600억 원이다. 이 같은 적용 결과 2016년부터 2021년 연평균 가업공제를 이용한 건수는 95.7건으로 총 공제금액은 2967억 원에 머물러 있다. 같은 기간 독일은 1만308건으로 공제금액은 163억 유로(한화 약 24조 원)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조 실장은 가업상속공제의 적용대상을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고, 동시에 연부연납 기간도 연장해 상속세 일시납부에 따른 자금 압박 해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적용중인 완전 포괄주의는 과세권자의 유추해석과 재량권을 줄여 경제활동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열거주의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유산과세형도 유산취득과세형으로 바꾸고 최대주주 할증과세는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조 실장은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미 조세 회피로를 봉쇄할 정도로 금융실명제와 부동산 실명 등 조세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조세회피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상속을 양도로 간주하고 취득가액과 양도가액과의 차익에 자본이득세를 과세해 상속시점에 과세하는 캐나다식 자본이득세 전환 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미실현소득에 대해 과세해 발생하는 납세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속시점이 아닌 실제 양도시점에 과세하고 상속시점과 양도시점과의 차익에 대한 자본이득과세 즉 호주식 자본이득세 전환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조세, 준조세, 규제 등을 포함하는 기업부담지수(BBI : Business Burden Index) 개발의 필요성 및 활용 전략,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세제개혁 등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세미나에 참석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과 시장 중심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투자를 통해서 경제활력을 제고하고, 경제체질을 개선해 나가야한다”며 정책 과제 발굴에 조언을 구했다.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책평가연구원은 정책수립과 평가, 정책대안의 현실성 등을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며 “기업부담완화를 위한 BBI 개발은 한국 경제재도약을 위한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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