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물가가 30여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른 가운데 가격이 저렴한 제조·유통 일괄(SPA) 패션 브랜드들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스파오’의 올해 겨을 의류 매출은 지난해 대비 15% 이상 성장했고,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 매출도 10월 말 기준 전년 대비 10%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SPA 브랜드들은 타깃 연령층을 넓히고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29일 패션업계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의류 및 신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1% 상승하며 1992년 2월 이후 30여년 만에 최대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부자재비, 물류·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팬데믹 기간 주춤했던 의류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모양새다. 의류·신발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월(1.8%)까지만 해도 1%대에 그치다 작년 5월 3%대, 지난해 11월 5%대로 올라섰다.
이에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SPA 브랜드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스파오는 웜테크(발열내의)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을 1만 5900원에서 1만 2900원으로 인하했는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2% 성장했다. 경량 패딩인 라이트재킷 매출도 540% 신장했다. 특히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던 지난 10~12일에는 푸퍼(숏패딩) 매출이 3일 만에 13억 원을 넘기기도 했다. 스파오 관꼐자는 “실적 성장에도 외형 확대보다는 새롭게 4050 고객 대상 신상품을 내놓는 식으로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잇세컨즈도 올해 10월 말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10%가 넘는 신장률을 보였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소비심리 침체 속에 ‘가성비’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와중에도 ‘구별짓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SPA에서도 프리미엄 라인을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에잇세컨즈는 올해 초 프리미엄 라인 ‘유니에잇(UNI8)’을 선보였는데, 올 상반기 95% 이상의 판매율을 보이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신성통상(005390)이 운영하는 탑텐은 올해 매출액이 사상 최대인 9000억 원으로 전망되며 유니클로를 누르고 ‘SPA 1위’ 자리를 꿰찰 것으로 기대된다. 탑텐의 매출은 2019년 3340억 원에서 2020년 4300억 원, 지난해 780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이다. 탑텐은 성인은 물론 아동 라인까지 갖추고 있으며, 이너웨어, 잡화 등으로까지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유니클로 운영하는 에프엘알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3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0% 증가하며 ‘노(NO) 재팬’ 불매 운동 충격에서 벗어나 실적을 회복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