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민주당 ‘선거제 당론’ 폭풍전야…연동형 vs 병립형 격돌 예고

李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있나"

병립형 포기땐 '26석 손해' 전망

총선에 李 운명 갈려 '실리' 무게

비명 "기득권 위해 약속 어기나"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면담 전 기념 촬영을 한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면담 전 기념 촬영을 한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대의원 권한 축소 문제로 내홍을 겪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편 방향을 놓고 또 한 번의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사실상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하면서 이른바 비명계로 불리는 비주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개혁이라는 ‘명분’과 총선 승리라는 ‘실리’를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당초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의원총회를 하루 연기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자유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임위 일정 등의 이유로 상당수 의원들의 불참이 예상되면서 보다 많은 의원의 참석이 가능한 30일로 의총을 순연하기로 결정했다. 원내 관계자는 “더 많은 의원들의 참석과 충분한 논의를 위한 것”이라며 “다른 의도나 문제가 있어서 순연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연동형과 병립형 도입 시 예상 의석 격차를 시뮬레이션 한 보고서를 본인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보고서는 민주당이 병립형을 포기하고 연동형을 선택할 경우 26석 정도의 의석수를 손해 보며 국민의힘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글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자체적으로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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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 민주당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친명계와 지도부를 중심으로 ‘병립형 회귀’가 힘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체제로 치르는 첫 전국 선거인 만큼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병립형을 선택하게 되면 현행 준연동형제도의 최대 오점으로 꼽히는 위성정당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진성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정치의 이상적인 모습과 당면한 총선 현실에서 무엇이 가장 선제적인 정치적 과제냐를 놓고 비교·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직접 등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28일) 본인의 유튜브 라이브에서 “선거는 승부”라며 “이상적 주장으로 지면 무슨 소용 있느냐”고 밝혔다. 또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국회까지 집권여당에 넘어가 과거로의 퇴행과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병립형 회귀를 막아달라’는 요청에 “목표에 이르는 과정이나 수단이나 방법들이 조금씩은 차이가 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반면 혁신계(비주류) 의원들은 지난해 대선을 불과 10여 일 앞두고 긴급 의총을 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국민 통합 정치 개혁안’을 당론 채택한 것을 언급하며 이 대표가 ‘변심’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선거 전망이 이재명 후보의 박빙 열세로 나오자 후보를 중심으로 중도·개혁 표심 확보 방안으로 내놓은 게 ‘정치 개혁의 당론화’였다.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인 김종민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한낱 기득권을 지키고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더 달겠다고 약속 따위는 모른 체하면 그만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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