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헬스

"욜드세대 고립감, 연극으로 치유"

[문화 저변 넓히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올 '새어른의 연극프로젝트' 진행

젊은 노년층까지 교육기회 확대

인천 부평 시범운영지역으로 선정

내년부터 전국적 공모사업 추진

문화예술교육 사각지대 해소 나서

서울 서교스퀘어 공연장에 진행된 ‘2023 새어른의 연극 프로젝트 - 더 늦기 전에’ 출연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서울 서교스퀘어 공연장에 진행된 ‘2023 새어른의 연극 프로젝트 - 더 늦기 전에’ 출연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서울 서교스퀘어 공연장에 진행된 ‘2023 새어른의 연극 프로젝트 - 더 늦기 전에’ 출연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서울 서교스퀘어 공연장에 진행된 ‘2023 새어른의 연극 프로젝트 - 더 늦기 전에’ 출연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까만 배경에 ‘더 늦기 전에’라는 글자가 적힌 화면을 뒤로 하고, 환갑을 넘긴 듯한 고령의 여성과 남성이 대화를 한다. 가만히 내용을 들어보면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이 주고 받는 대화와 다를 바 없다. 가족밖에 모르던 어머니가 배낭여행을 떠난 이야기부터 수십 년 전 자신을 가르친 은사님 소식까지. 화려한 무대의상도 없고, 연기도 서툴지만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데 한 시간은 부족하기만 하다. 분명 전문 배우가 아닌듯한데, 이 많은 대사를 어떻게 외웠을지, 무대 연출은 어떻게 생각해냈을지, 그리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대본으로 만들었을지 그간의 시간이 마치 함께 경험한 것처럼 떠올라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졌다.




서울 서교스퀘어 공연장에 진행된 ‘2023 새어른의 연극 프로젝트 - 더 늦기 전에’ 출연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서울 서교스퀘어 공연장에 진행된 ‘2023 새어른의 연극 프로젝트 - 더 늦기 전에’ 출연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서교스퀘어 공연장에서 진행된 ‘2023 새어른의 연극 프로젝트 - 더 늦기 전에’ 결과발표회의 한 장면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난 2012년 주 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된 이후 아동, 청소년, 가족 등 더 많은 사회 구성원이 문화예술 소양을 키우고, 함께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시작했다. 2012~2022년까지 진행된 프로그램 수는 7700여 개로 약 56만 여 명의 일반 시민이 참여한 국내 대표 문화예술 교육 사업 중 하나다.

서울 서교스퀘어 공연장에 진행된 ‘2023 새어른의 연극 프로젝트 - 더 늦기 전에’ 출연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서울 서교스퀘어 공연장에 진행된 ‘2023 새어른의 연극 프로젝트 - 더 늦기 전에’ 출연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잘 나가던 사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빈틈이 보였다. 문화예술교육의 핵심 수요자가 아동·청소년에서 노년층까지 포함하는 전생애 주기로 대상이 넓어지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 유아, 아동, 청소년 등 특정 세대를 대상으로 한 지원은 크게 늘었지만 중년층 이상은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저조했고, 특히 서울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기회가 더욱 희소했다.

이에 따라 진흥원은 제2차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을 통해 문화예술이 자칫 닿지 못할 수 있는 사각지대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고 올해부터 ‘꿈다락 문화예술학교’라는 새로운 사업명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저변을 확대했다.

‘2023 새어른의 연극프로젝트’는 진흥원이 ‘꿈다락 예술학교’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새롭게 발굴한 프로그램이다. 초기노년세대, 욜드(YOLD)를 대상으로 한다. 욜드는 젊다는 뜻의 영어단어 ‘Young’과 노인이라는 의미의 영어단어 ‘OLD’를 결합한 신조어로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는 65~75세 사이의 젊은 노년층을 뜻한다. 진흥원은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고립감이 전 생애에 걸쳐 심화하는 가운데 중장년 및 노년의 사회적 고립감을 문화예술교육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프로그램 기획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특히 ‘커뮤니티 형성’이라는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진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진흥원은 우선 시작부터 문화예술교육 접근 기회가 많은 서울을 제외하고 인천 부평을 시범 운영 지역으로 선택했다. 인천 거주 60~70대 초기 노년 세대를 대상으로 부평아트센터에서 7주간 2인 이상 팀 티칭을 거쳐 트레이닝한 것.



참여자들이 직접 프로그램의 내용을 구성하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대부분 연극 프로그램은 강사 주도의 연극 대본 연습 및 공연발표회 운영으로 획일화 돼 노년세대의 연극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에 비해 프로그램 참여의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운영한 진흥원과 관계자들은 공연 완성 과정에서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는 데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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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초기노년이라는 단어를 새로운 어른을 뜻하는 ‘새어른’으로 고치고, 200여 가지의 후보 중 ‘더 늦기 전에’라는 제목을 선정한 것도 참여자들과 논의한 결과다. 공연 제작에서도 전적으로 세대의 특성을 반영했다. 긴 대본을 외우는 게 어려운 세대인 만큼 획일화된 공연 제작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를 대본에 충분히 담아낸 것. 연극 무대에 여러 차례 오른 경험이 있다는 한 참여자는 “과거에는 긴 대본을 다 외우지 못해 감정이 상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 연극은 7회 교육 프로그램 중 4회까지도 대본을 만들어주지 않아서 의아했다”며 “걱정하는 제게 관계자 분이 대본은 잊어버려도 그 맥락만 찾아서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고, 그 이후 공연을 준비하는 게 더욱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교스퀘어 공연장에 진행된 ‘2023 새어른의 연극 프로젝트 - 더 늦기 전에’ 출연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서울 서교스퀘어 공연장에 진행된 ‘2023 새어른의 연극 프로젝트 - 더 늦기 전에’ 출연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진흥원은 내년부터 전국적인 공모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각 지역의 문화예술회관과 아트센터 및 극단과 연계해 질 높은 연극 분야 문화예술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그간 쌓아온 유수한 경험과 프로그램 기반 가이드북을 마련해 전 생애주기별 확산성을 높여가고 있으며, 향후에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모델을 새롭게 개발해 문화예술교육의 사각지대를 줄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교스퀘어 공연장에 진행된 ‘2023 새어른의 연극 프로젝트 - 더 늦기 전에’ 출연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서울 서교스퀘어 공연장에 진행된 ‘2023 새어른의 연극 프로젝트 - 더 늦기 전에’ 출연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다락문화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꿈다락문화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다락문화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꿈다락문화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다락문화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꿈다락문화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다락문화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꿈다락문화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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