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국가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온 일본의 금융 정책도 내년 4월을 전후해 방향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탈(脫) 디플레이션을 위해 장기간 고수해 온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우에다 가즈오(사진)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 2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마이너스 금리 해제의 전제 조건인 ‘물가 2% 목표의 지속·안정적 달성’에 대해 “확실하게 전망할 수 있는 상황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선순환의 좋은 싹이 트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앞서 BOJ는 10월 금융정책회의에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0%를 초과해도 일정 수준 용인하기로 하며 3개월 만에 장기금리를 재인상하는 방향으로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수정했다. 마이너스 상태인 단기금리(-0.1%)는 손대지 않았지만, 장기금리를 수정하며 출구 모색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내년 4월 전후로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BOJ가 10월 말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마이너스 금리 및 YCC 영향 및 부작용’을 묻는 특별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를 ‘해제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BOJ가 ‘임금 인상을 수반한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빅카메라, 산토리홀딩스 등 대기업들의 베어(베이스업·임금인상)와 파트타임 근로자에 대한 임금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관건은 내년 춘계노사협상(춘투)에서 올해 수준(3.58%)을 웃도는 임금 인상이 이뤄질지다. 심각한 엔화 약세로 에너지 및 수입 물가를 자극하는 와중에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개인 소비가 위축돼 금융완화 출구 자체가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월부터 시작되는 춘투의 답변이 나오는 것은 3월 중순으로 BOJ가 결단을 내릴 시점으로 4월 전후가 가장 유력하다.
한편,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 당 146엔대 후반까지 하락하며 ‘엔화 가치 강세’를 보였다. 9월 중순 이래 2개월 반 만의 엔고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과 이에 따른 미일 장기금리 격차 축소 기대감이 반영돼 엔화 매입·달러 매도 수요를 끌어 올렸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 감속에 따른 추가 엔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야마모토 마사후미 미즈호 증권 수석 외환 전략가는 “12월 이후에도 미국 경제지표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달러당 145엔대까지 엔고가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는 30일에는 미국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