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 개혁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공적 연금을 보완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 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고용 노동 현장에서 아쉽게 느끼는 점은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퇴직연금에 대한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심이 낮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90%에 달하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24%에 그친다. 대기업과 중소 영세 사업장 근로자 간 노후 소득 보장 격차가 매우 심각한 셈이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경우에도 대부분의 적립금이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운용되다 보니 수익률이 연 1~2% 수준에 머무른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경우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해야 하는데 바쁜 일상에서 금융 지식이나 투자 정보 없이 자산을 잘 관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금 관련 기사를 보면 ‘잠자는 퇴직연금’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식상한 것 같지만 노후 생활의 중요 재원인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 부족과 적립금 방치 현상을 지적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표현도 없는 듯하다.
30인 이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라면 ‘푸른씨앗’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9월 30인 이하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을 높이고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 보장을 지원하고자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푸른씨앗’을 도입했다.
푸른씨앗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운용해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국내 최초의 공적 기금형 퇴직급여제도다. 푸른씨앗에 가입하면 저소득 근로자의 사용자 부담금 10%가 지원된다. 올해 가입할 경우 5년간 수수료도 면제된다. 이 덕에 시행 1년여 만에 1만 1000개 사업장에서 6만여 명의 근로자가 가입하고 적립금은 3600억 원을 돌파했다. 내년에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금전적으로 지원할 예정이어서 제도 확산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푸른씨앗의 자산 운용은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전담 운용 기관이 담당해 글로벌하게 자산을 배분하고 투자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함으로써 안정적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 국내외 채권과 주식에 분산 투자하고 정기 또는 수시로 비중을 조절해 장기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 기금의 특성 상 규모가 커질수록 효과적인 운용 전략 실행이 가능해져 경쟁 우위도 확보할 수 있다. 개인이 각자 운용할 때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우량 자산을 편입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수익률 향상도 가능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퇴직연금을 기금 형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미국의 401K,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이 좋은 예다.
얼마 전 모 금융사의 설문을 보니 50대 이상 은퇴자가 퇴직 전 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되는 것으로 ‘재정 관리’를 꼽았다. 특히 연금을 비롯해 주식이나 펀드 투자에 좀 더 관심을 갖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내가 일해서 얻는 근로소득만큼이나 내 노후 소득이 잘 운용돼 얻을 수 있는 금융 소득도 중요하다. 중소기업 근로자라면 지금부터라도 퇴직연금에 관심을 갖자. 푸른씨앗을 통해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공단과 함께 만들어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