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가계부채 위험 수위를 낮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한은이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을 시사했지만 미국이 이르면 내년 초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국도 금리 인하 압력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지나치게 높은 가계부채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며 적극적인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경고가 계속됐지만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대증요법에 의존하면서 이를 막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취약 계층 지원 등을 이유로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을 경감시킨 것이 가계대출 증가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기 도래한 대출에 대해 만기 연장보다는 원금 상환을 요구하거나 부분 상환을 전제로 대출을 연장해줘야 한다”며 “도저히 갚을 능력이 없는 차주에 대해서는 만기 연장보다는 부실 채권을 정리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채를 도려내는 확실한 디레버리징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권에서도 조기 상환을 유도해 올해 증가세로 돌아선 빚 규모를 줄이는 데 동참하는 분위기다. 국내 6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은 올해 12월 한 달간 가계대출 중도 상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아울러 6개 은행은 올해 초 도입한 저신용자 등 취약차주 대상 중도 상환 수수료 면제 프로그램도 연장해 2025년 초까지 1년 더 운영하기로 했다.
양 교수는 과감한 부실 채권 정리와 함께 자금 경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퇴로를 열어주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보유세·양도세 등 세제 부담을 줄여 부동산 손바뀜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원활한 부동산 자산 정리를 통해 구조조정을 촉진시켜야 한다”며 “이 같은 디레버리징을 연말 내지는 내년 초까지 완성해야 금리 인하로의 피벗(정책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1~27일 기준) 증가액은 2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주담대 관리 강화로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