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정형돈이 "신장에 돌(결석)이 7개 있다"는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마침 이날 방송의 출연진이 ‘콩팥병’ 분야 원로로 꼽히는 김성권 서울대의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였거든요. 비타민C 1000㎎이 함유된 알약을 하루에 두 번 챙겨먹는다는 정씨의 말에 김 원장은 "당장 끊으라"는 처방을 내렸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짜게 먹는 경향이 있다 보니, 비타민C가 염분과 만나 결석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였죠. 비타민C 500㎎만 먹어도 결석이 잘 생긴다고도 조언했습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값비싼 고함량 비타민 제품을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잔뜩 담아뒀던 저도 흠칫 하는 순간이었죠.
바쁜 현대인들에게 매일 우리 몸이 요구하는 필수 영양소를 채소, 과일과 같은 식품으로 보충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루 한알로 하루 권장량을 충족시켜준다’는 각종 영양제 광고문구에 솔깃하게 마련이죠. 하지만 지나친 것을 경계하는 한자성어인 ‘과유불급’은 영양제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비타민류나 무기질이 부족하거나 특별히 보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영양섭취기준(DRI·Dietary Reference Intakes)을 참고해 볼 수 있습니다. 가급적 음식물로 섭취하는 게 좋은데요. 영양제 형태로 과량 섭취하면 독성을 일으킬 수 있고, 만성질환으로 장기간 복용해 온 약물이 있다면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거든요.
비타민C를 예로 들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서의 효능은 인체 결합조직 형성과 기능유지, 철분 흡수, 유해산소로부터 세포 보호로 하루 권장량은 100㎎입니다. 수용성 비타민이라 적정량 이상 복용하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자칫 소변으로 배출되지 못한 성분들이 남으면 신장결석, 요로결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죠. 일조량이 부족한 겨울철에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D의 경우 성인 기준 1일 충분섭취량은 10㎍, 65세 이상은 15㎍입니다. 비타민D는 칼슘 흡수를 도와 뼈를 강화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영양소로 햇볕을 쬐면 간, 신장에서 합성되죠. 요즘처럼 기온이 뚝 떨어져 실외활동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고등어·버섯류·비타민D 강화 유제품 등으로도 보충할 수 있습니다. 고등어 한 마리 정도면 비타민D 10㎍을 채울 수 있다고 해요. 비타민D를 과다 복용하면 칼슘과 인 수치가 과도하게 오르고 부갑상선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식욕이 떨어지거나 구토, 근력 약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비타민D 과다의 신호일 수 있죠. 물론 해당 기준을 일괄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표적으로 임산부, 수유부는 엽산과 칼슘, 비타민 D의 요구량이 증가합니다. 치아 등의 문제로 씹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노화로 소화흡수 기능이 떨어져도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지기 쉽거든요. 처막연한 정보나 풍문을 믿기 보단 전문 의료인과의 상담을 통해 섭취하는 게 좋겠죠? 처방전 없이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나 심지어 건강기능식품도 부작용이나 독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 기억하시길 바랍니다.